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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Dec 09. 2021

운동 삼아 걸었을 뿐인데 하고 싶은 일이 떠올랐다

달리는 것보다 걷는 이유

한동안 열심히 달리다가 어제는 걸었다. 고등학교 이후로 달린 적이 없다가 15년 만에 달리기를 시작해서 그런지 두 다리에 무리가 왔다. 발목이 뻐근하고 다리 통이 무겁다. 요새 골반 통증도 있어 하체가 전반적으로 말썽이다. 이 다리로 달리기는 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걷기로 결정했다. 절대 달리기보다 걷는 게 편해서 종목을 바꾼 건... 아니라고는 또 말을 못 하겠네.


최근에 달리기와 걷기를 모두 경험한 나로서는 어느새 두 운동을 분석하게 되었다. 철저한 비교 분석 정도는 아니고, 달리고 걸으면서 생각의 범위 분석 정도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달릴 때는 잡생각이 싹 사라진다. 오로지 더 달릴 거냐, 말 거냐 나 자신과의 싸움뿐이다. 생존에 직결된 느낌이다. 다른 생각을 하려 해도 절대 안 된다. 금세 잊어버리고 만다. 무슨 생각을 하려고 했는지도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헉헉대면서 이미 에너지를 대량 소모했기 때문에 뇌로 생각할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달리기가 좋다. 잡다한 생각과 자잘한 고민으로 골머리를 앓을 때 달리고 나면 몸은 힘들지언정 뇌는 휴식을 취했으리라.


걸을 때는 달리는 것보다 다리가 편안해서 좋다. (역시 편한 게 좋다..) 걸으면서 점점 속도가 붙긴 하지만 워낙 달리는 운동이 힘들기 때문에 그것에 비하면 바닥에 누워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걸을 때도 달릴 때와 마찬가지로 잡생각이 사라진다. 다만 달릴 때는 정말 뛰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뇌를 가득 채워 잡생각 할 틈이 없었다면, 걸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걷다 보면 불현듯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이 있다는 것이다. 안개 낀 하늘에 안개가 걷어지는 느낌이랄까? 갑자기 무엇이 보이는 느낌이 든다.



어제 양팔을 힘차게 흔들며 빠른 걸음으로 동네 공원을 걷고 있었다. 갑자기 머릿속에 지나가는 단어가 있었다. '기획'이라는 단어다. 왜 하필 '기획'이라는 단어가 걷다가 생각났을까? 걷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맴돌다 보니 대학 학부시절에 여러 공모전에 참여하여 기획서를 작성하고 팀원을 모아 아이디어를 모았던 추억이 떠올랐다. 수상도 하며 팀원들과 즐거웠고 새 기획을 짤 때마다 재밌었다. 더불어 작년에 책 출간을 위해 원고를 기획하고 목차마다 제목을 뽑아냈던 작업도 함께 생각이 겹쳐졌다.

생각은 꼬리에 또 다른 꼬리를 물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책과 기획을 합쳐 보면 어떨까? 그럼 출판 기획이라는 건데 내가 지금 할 수 있을까? 출판 기획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대략 내가 아는 선에서만 본다면 충분히 내가 할 수 있고 배우고 싶은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엔 책 한 권을 만들어내는 모든 작업이 아닌가. 그 순간 기획이라고 가득 찬 머릿속이 환해졌다.

나는 책을 쓰는 일에도 진심이지만 누군가에게 내 능력을 공헌하고 이끌어 주는 일도 무척 좋아하고 만족스럽게 여긴다. 매일 아침 긍정 확언에 '나는 내 능력을 사회에 공헌하는 봉사가가 될 것이다'를 쓴다.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저자를 색출하고 그 저자의 능력을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공헌이 되게끔 하는 일. 긍정의 영향을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느끼면 출판 기획의 업무가 더 가치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까지 미쳤다.


5km를 걷고 나서 집으로 뛰어 들어와 사람인에 출판기획이라고 검색했다. 많은 출판사들이 채용하고 있는 포지션이다. 내가 하고 싶다면 관련 지식을 습득한 뒤에 입사지원을 해봐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여름에 한겨레 교육원에서 드라마 작가 입문반 강의를 등록할 때, 교육원에 출판사로 취업이 연계된 강의들이 꽤 많았다는 게 기억났다. 또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내친김에 한겨레 교육원 사이트도 접속했다. 내년 1월에 개강하는 강의 중 이미 등록이 마감된 강의도 있고 등록 진행 중인 강의가 있어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강의를 신청해야겠다. 아마 신청할 것이다.



그저 운동 삼아 걸었을 뿐인데 스쳐 지나가며 떠오른 '기획'이라는 단어와 평소 출판사 업무에 관심이 많았던 나를 다시 무언가 도전하고 배울 수 있게 의지를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다. 이러면 앞으로 걷는 게 기대가 클 것 같은데... 뛰고 싶은 이유보다 걷고 싶은 이유가 더 커 당분간은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할 것 같다. 오늘은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날씨가 조금은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을 하늘이다. 걷기에 좋은 날씨다. 오늘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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