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인성초는 평화롭지 않다
다음 날 아침.
형준과 정연이 함께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둘 다 웃고 있었다.
어제 그렇게 울고, 소리치고... 그러더니.
친구들은 무언가를 본 듯, 본 척 안 한 척 눈치를 주고받았다.
“아휴... 저 둘은 진짜 못 말려.”
태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수는 웃으며 중얼거렸다.
“어제 학교 떠날 줄 알았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밝아...”
예린은 민지를 향해 속삭였다.
“진짜 둘 다 막장 드라마 찍더니 엔딩은 로맨스야. 어제 분위기 기억나냐?”
민지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기억 안 나면 귀신이지... 하여간 못 말려.”
형준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책상에 앉자마자 ‘엘리트 건달’을 펼쳤고,
정연은 형준을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어쨌든! 어제 나한테 한 말들, 행동들! 그건 분명히 잘못이니까!
벌로 이 푯말을 떼야겠… 엥? 이게 뭐야?”
정연은 자기 책상 옆에 붙은 푯말을 보며 눈을 찡그렸다.
“인성초 최고 이쁜이 자리” 였던 게,
“인성초 최고 빛나는 별의 자리”로 바뀌어 있었다.
게다가 코팅까지 되어 있고,
강력 순간접착제로 칠한 듯,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야!!! 이게 뭐야!! 이거 왜 안 떨어져!! 누가 이랬어!!”
형준은 고개만 돌린 채 태연하게 말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공주님?”
입꼬리엔 슬쩍 웃음이 걸려 있었다.
그렇다.
그건 형준이 ‘경호팀’을 시켜 미리 작업해 둔 것이었다.
태연과 지수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역시 사랑싸움은 칼로 물 베기.”
“어제 그렇게 싸우더니 오늘은 달달하네.”
예린은 책상에 엎드리며 웃었다.
“와… 어제 그 분위기 뭐였냐고.
진짜 안 볼 줄 알았는데 오늘은 별이 빛나네~”
민지도 살짝 웃으며 끄덕였다.
“둘 다 영화 찍네, 아주 그냥.”
그때,
수빈이 정연에게 달려오려는 찰나
형준의 눈빛이 변했다.
입도 따라 얼어붙었다.
“야.”
형준은 아주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말했지. 한 번만 더 눈앞에 얼쩡거리면 관절 하나하나 다 부숴서 이나래 옆에 눕힌다고. 장난 같냐?
눈앞에서 꺼지는데 5초 준다. 5, 4...”
수빈은 그대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정연은 형준의 등을 등짝으로 가격하며 외쳤다.
“또 그런다 또!! 언제까지 그럴 건데!!”
우덕과 규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역시 그놈이 그놈이야.”
“성격은 안 바뀌어도, 표정은 밝아졌네.”
그때 조용히 책상 옆에 접근한 대용.
지수의 책상에 몰래 붙인 푯말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인성초 4대 여신 – 김지수 자리”
물론 이것도 코팅 + 순간접착제 3겹 처리였다.
지수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네… 이거 언제 맞춘 거냐... 도대체...”
규만은 팔짱을 끼고 웃으며 말했다.
“식상하다. 민지는 인성초의 아프로디테로 가야지.”
민지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 마라. 진짜로.
정말 싫어.”
예린은 교실을 한 바퀴 둘러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쫌 우리 반 같네.”
교실엔 다시,
작은 웃음과 따뜻한 공기가 흘러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