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만든 싸움터, 콜로세움
“이 사업장 이름을… 콜로세움이라 지어도 되겠는걸.”
운동장 끝 작은 창고 앞. 형준은 웅성대는 아이들 사이에서 팔짱을 낀 채 입꼬리를 올렸다.
“관중, 무대, 시합… 완성이네.”
오늘은 콜로세움의 첫 매치.
정예린 vs 최수빈.
“넌 보기보다 진짜 힘 좋아. 저런 애랑 싸우면 빨리 끝내는 게 좋지.”
형준은 글러브를 끼는 예린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후딱 끝내고 떡볶이 가자고~ 내가 쏠게.”
예린은 작게 웃으며 말한다.
“떡볶이 좋지. 걔 피 뚝뚝 떨어지면 먹는 맛 더 날지도?”
한편 수빈은… 혼자였다.
줄넘기조차 함께해 줄 친구가 없던 수빈에게
이 시합은 인생 첫 주목이자, 마지막 도전 같았다.
‘정예린… 얘만 이기면… 뭐든 바뀔 수 있어…’
‘인기 있는 애한테 이기면… 나도…’
그 순간, 꽹과리가 울린다.
“댕! 댕! 경기 시작합니다!”
우덕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형준은 외쳤다.
“첫 매치니까 종목은 가위바위보로 정합니다!!”
예린: 무에타이
수빈: 종합격투기
결과는 수빈의 승리.
룰은 종합격투기로 확정.
“심판은 대용이 하고~ 박치기, 깨물기, 싸커킥, 머리채 잡기는 금지야~”
형준은 관중석을 둘러보며 손을 흔들었다.
“관람객은 적당히 조용~ 걸리지 않도록~”
지수는 속삭이듯 말했다.
“… 이건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운동을 배우는 건 좋은데… 이건 아니지....”
민지는 그 옆에서 간식 판매금을 정산 중이던 규만의 귀를 잡으며 화냈다.
“지금 이걸 보면서 돈 세고 싶냐!! 진짜 정신 나간 거 아니야?!”
정연은 운동장 한쪽에서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젓는다.
“이런 건, 운동이 아니라 그냥 싸움이야…”
“시작!!”
수빈이 포효하듯 달려들었다.
“으아아아악!!”
정면으로 돌진, 허리도 못 낮췄다.
예린은 한 발 옆으로 피하며 정확한 미들킥을 꽂는다.
“퍽!”
수빈의 옆구리가 휘어졌다.
“그 자세로 어딜 들어오냐…”, 형준이 중얼였다.
“예린도 가르친걸 바로 써먹네, 운동 신경이 있어 역시.”
예린은 연속 잽으로 수빈의 얼굴을 때리고
그대로 무릎을 꿇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올라탄다.
파운딩 시작!!
피가 뚝뚝 떨어지고, 아이들은 술렁인다.
“야야 멈춰야 되는 거 아니야?”
“저거 진짜 큰일 난다…”
“경기 멈춰야 해!! 피나잖아!!”
태연이 외쳤지만, 대용은 담담히 말했다.
“항복 안 했습니다. 규칙 위반도 없습니다.”
수빈은 이를 악물고, 참았다.
몸은 아프고 숨도 찼지만… 그녀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뒤집었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와 아아아 아!!!”
“오오!! 수빈이 뒤집었어!!”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 힘이었다.
시야는 피로 뿌옇고, 입에서 단내가 났다.
예린은 재빨리 몸을 틀어 일어서더니, 마지막 킥을 날렸다.
“퍽!!”
수빈의 몸이 휘청이다가, 천천히 쓰러졌다.
심판 대용은 수빈의 눈을 확인하더니 조용히 손을 들었다.
“… 실신입니다. 경기 종료.”
예린은 피 묻은 글러브를 벗으며 돌아섰다.
“말로 했으면 안 아팠을 텐데…”
콜로세움 1차전.
마지막에 쓰러진 건 수빈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예린보다도 훨씬, 맑고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