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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은 홍시가 된다 Jan 10. 2024

그 정도 일본어로 일본에서 일을 하겠다고?

갑자기 일본에 취직하게 된 이야기

나는 어쩌다 일본에 취직을 했을까


대학 입시 시절 홧김에 고른 지금의 내 전공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지난 6년.

이왕 망한 거, 하고 싶었던 거 젊을 때 다 해 보자. 

그냥 외국 대기업에서 한번 일해보고 싶었다.

아주 조금, 미숙하게나마 할 줄 아는 외국어라곤 영어와 일본어뿐이었으므로 가까운 일본을 선택했다.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갔을 때조차 공용 소통 언어인 영어도 어설펐고, 제3언어인 일본어도 똑같이 어설펐다.

같은 어설픔의 비율이라면 가까운 곳을 골라보리다.


유명 해외취업알선사이트에 들어가 카테고리 '일본'을 골라 스크롤을 주르륵 내린다. 

용기가 안 난다.

어느 날 밤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단숨에 일본 기업 8곳 지원.

실상은 어설픈 일문이력서(형식만 채우고 수정도 안 한)를 다다닥, 딱 클릭 여덟 번 누른 행위에 불과했다.

참 간단했다.

들어본 적도 모르는 회사들이었지만 그날 밤, 지은 지 40년 된 낡고 좁은 기숙사 한 켠의 심장은 두근거렸다.

졸업을 4개월 앞둔 늦깎이 예비졸업생이었다.


졸업 전 마지막 벚꽃, 오래된 나의 대학 기숙사


그로부터 일주일 즈음 후, 동시에 서류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 불합격이었다.


딱 두 곳에서 서류 합격을 받았는데 그제서야 뭐하는 기업인가 검색해보니 

한 곳은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는 대기업, 

다른 한 곳은 블랙기업으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수업도 이미 4전공에, 또 한창 시험기간이었기 때문에 면접 경험용으로 전자를 택했다.

취업만큼 학업도 내게는 참 소중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외국 기업 면접이라는, 신기한 경험에 의의를 두고.

어쨌거나, 온라인으로 하는 1차 면접이 시작되었다.




썩 유쾌하지는 않았던 면접 이야기


일본에 살아본 적도 없는 내가 일본어를 잘 구사할 리 만무했다.

게다가 대충 있어보이게끔 포장한 에피소드 하나를 면접관이 집요하게 질문했다. 꼬리 질문 여덟 번 정도.

"그 에피소드에 대해서 말인데요, ..."

"이렇게 대답하셨는데, 그러면 앞으로 이것에 대해 어떻게 해야할 것 같나요?"

역시나 어버버만 하다가 끝났다.

"어...그러니까...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합격을 주는 것이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기뻤다. 아니, 믿을 수 없어서 기뻤다.

생각보다 내가 일본어를 잘 구사했나? 잘 전달되었나? 웃긴 착각에 빠졌다.

그렇게 1차 면접 이후 필기시험, 2차, 3차, 4차 면접까지. 이미 처음부터 나를 뽑겠다고 작정이라도 했던 듯

막힘없이 합격을 주었다.

나는 그저 준비한 일본어 스크립트를 읽은 것 뿐이었다.

이래저래 바쁘다는 핑계로 다른 기업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고, 두 달 간의 면접 끝에 나는 바로 입사를 결정했다.




냅다 일본에 와 버리다.


그로부터 3개월 후, 도쿄에 왔다.

그저 일본에서 살 수 있는 비자(5년이나!)를 얻었다는 설렘 하나는 참 좋았다.

전기도, 가스도, 어떠한 가구도 없는 낯선 방에서 밤을 지새워보셨는가...


짜릿함도 잠깐,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매일매일이 위기인 상황에 놓이자 하루도 빠짐없이 악몽을 꿨다. 

일본어도 제대로 못하면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어? 꿈속에서 자꾸 누군가 내게 호통을 쳤다.

한국에서도 힘든 일을,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에서, 그것도 오자마자 시작하려니 가끔 숨이 안 쉬어졌다.


여기서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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