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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은 홍시가 된다 Jan 10. 2024

정체 모를 택배가 우리집에 도착했다, 무려 세 박스나!

미스테리한 택배가 선물이 되기까지

왜, 영화나 드라마 보면 "어라, 택배 시킨 적 없는데 이건 뭐지?"하면서 무심결에 상자를 뜯었다가

치명적 바이러스에 노출되거나, 빛을 감지한 폭발물이 터져버리는 그런 장면들이 종종 등장하지 않는가.

이렇게 현실에서 극히 드문 일을 제외하고서도, 소재가 불분명한 남의 택배를 열어보는 것은 일단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아마존으로부터 커다란 상자가 3개나 우리집에 배달되었다.

주소는 분명히 여긴데,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 둘 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Gift'라고 쓰여 있는 걸 보니 일단 선물인 듯했다.




좁은 방에 둘 데도 없어 신발장에 쌓아뒀더니 오며 가며 몹시 불편했다.

당장 아마존 재팬 사이트에 들어가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다.

(일요일이었는데도 실시간 채팅이 열려 있었다!)


아마존 재팬이었음에도 영어를 쓰는 분이 대응해주어서 순간 당황했다.


아무튼 그는 "관련 부서에 인계하였으니, 얼마 뒤에 택배를 회수하러 갈 거예요!"라고 했고

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런데 일주일이 넘게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택배를 방치해두니 더욱 신경 쓰여서 이번에는 어플 채팅을 통해 다시 문의를 했다.

그때는 일본어 화자가 대응해주었다.

같은 아마존 재팬인데 뭐가 달랐던 건지 모르겠지만...


그는, 아마도 전에 살던 사람에게 보낸 택배일 거라고 하며

며칠 뒤에 회수하러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채팅을 종료했는데,

얼마 안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더니

자신을 방금 채팅한 직원으로 소개하며

"그 택배 전부 폐기하셔도 됩니다! 알아보니 보낸 분도 반품 처리를 하셨더라고요."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해서 죄송하다며 나는 아마존 300엔 할인권도 받았다.


일단 아마존에서 포장해서 보낸 거니 폭탄이나 바이러스 같은 건 아니겠지, 하고 (일단 폐기할 목적으로)

상자를 하나씩 뜯어보았다.



어라, 정말 선물 상자다.



커다란 두 선물 꾸러미와 쟈가리코 샐러드 맛 12개입 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왠지 내가 받는 선물인 마냥 들떠서 꾸러미를 열어보자,



귀여운 봉제인형과, 피규어 케이스(...).

과자랑 인형은 너무 버리기 아까워서 내가 가졌다. 하하. 감사합니다.

피규어 케이스는 도무지 갖다 쓸 방편이 보이지 않아서 케이스만 꺼내고 나머지 부품은 상자들과 함께 버렸다.




예상치도 못한 타이밍에, 생각지도 못한 케이스로 오는 좋은 일이 있다.

Good things are coming, 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그나저나,

선물을 보낸 사람은 받는 사람이 피규어 마니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겠지.

그리고 펭귄 인형과 쟈가리코 12개입...

이 셋의 관련성을 나는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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