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참 묘하다. 사라진 줄 알았던 걱정이 어느 날은 전구처럼 다시 켜진다. 불빛은 번거롭고 무겁지만, 어쩌면 우리가 아직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늦은 밤, 복도 끝의 불빛이 미세하게 떨렸다. 퇴근을 마친 은주는 현관 앞에서 신발을 벗으며 고개를 들었다. 거실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고, 그 아래 어머니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스탠드의 불빛은 낡은 심장처럼 느리게 뛰며 방 안 공기를 노랗게 물들였다.
“엄마, 또 불 안 끄고 있었네.”
“금방 잘 거야.”
익숙한 대답이었다. 은주는 그 말에 더 묻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쪽이 낯선 돌멩이처럼 서늘하게 식어갔다.
식탁 위에는 식지 않은 미역국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창문 틈으로 스며든 바람이 커튼을 스쳤고, 그림자는 불빛에 맞춰 흔들렸다. 벽 위의 흔들림은 마치 누군가의 그림자가 여전히 이 집에 앉아 있는 듯했다. 은주는 그 빛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마치 과거의 시간이 아직 방 한켠에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가만히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손등엔 얇은 핏줄이 유리처럼 비쳤고, 눈가에는 잠들지 못한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요즘 잠 못 자?” 은주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이게 있어야 마음이 놓여. 어두우면 숨이 막혀.”
“불 꺼도 괜찮을 텐데…….”
“아니야. 이 불이 꺼지면, 그 사람 길이 잊힐 것 같아.”
그 말은 스탠드 불빛처럼 작지만 오래 남았다.
은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불빛이 만든 노란 원 안을 바라보았다. 중심에는 어머니가 있었고, 그 바깥에는 자신이 있었다. 둘 사이엔 불빛 한 줄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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