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은 새벽빛을 닮은 피로한 눈으로 병동을 비추고 있었다. 하얀 복도는 고요했지만, 그 안엔 수많은 숨이 가늘게 흘렀다. 링거액이 천천히 떨어지며 바닥의 그림자를 흔들었고, 지연은 그림자 사이를 걸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같은 문장을 입에 올리며, 자신의 목소리가 기계의 톤처럼 들릴 때가 있었다. “밥은……. 드셨어요?”
이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하루는 눈부셨다. 새 환자가 입원하면 이름을 외우고, 밤새 링거를 지켜보며 스스로 다짐했다. 사람의 회복을 돕는다는 사실이 숨 쉬는 일처럼 당연하고, 감사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손끝에 남는 건 체온이 아니라 피로였다. ‘살린다.’라는 말보다 ‘버틴다.’라는 말이 먼저 떠올랐고, 그녀의 미소는 근무지의 조명처럼 점점 희미해졌다.
그녀의 말은 투명한 잔 속 물결처럼 잔잔했지만, 안쪽에서는 자꾸 금이 갔다. 환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반쯤 감거나, 혹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지연은 남은 죽을 데워 숟가락을 올려놓았고, 식은 밥 냄새가 소독약 냄새와 섞여 오래된 냄비처럼 눅진하게 끓었다. 교대 직전, 잠시 창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밀려들었다. 그러나 바람조차 병원의 냄새를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다.
점심 무렵, 공기는 조금 달라졌다. 갓 지은 밥의 김이 복도를 따라 흘렀고, 그 사이로 웃음과 한숨이 엇갈렸다. 누군가는 맛있다며 밥을 삼켰고, 누군가는 젓가락을 놓았다. 지연의 컵라면은 데스크 옆에서 천천히 식어갔다. 호출 벨이 울릴 때마다 젓가락은 그대로 굳었고, 김은 매번 그녀가 떠난 자리에서 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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