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마다 걸려 오던 낯선 전화, 그 끝에는 누군가의 오래된 꿈이 숨어 있었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던 오후, 책상 위로 휴대전화 진동이 울렸다. 화면에 찍힌 번호는 처음 보는 숫자였고, 나는 습관처럼 무시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번호는 꼭 비가 오는 날에만 나타났다. 며칠째 반복되던 부재중 알림이 서서히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녹음 버튼을 켜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건, 낡은 라디오처럼 자글거리는 할머니의 목소리였다. “우리 은지 맞지? 할미여. 전화 안 받길래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낯선 이름, 처음 듣는 목소리, 하지만 어쩐지 익숙한 온기.
전화를 끊으려던 손이 멈췄다. 할머니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손녀에게 말하듯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도서관 책을 모조리 읽던 시절, 글 읽기를 너무 좋아해 중학교까지만 다닐 수밖에 없었던 사연. 도서 카드에 도장이 빽빽이 찍혀 있던 시절의 자랑까지. 말끝의 숨결에는 쓸쓸한 바람이 실려 있었다. 나는 어느새 수화기를 어깨에 고정한 채 메모지를 꺼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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