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사라진 날, 아이스크림이 말했다

by 꿈담은나현


사랑은 손바닥 위의 아이스크림 같다. 차갑고 달콤한 순간은 짧고, 녹아내리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놀이공원의 문을 들어서는 순간, 공기는 설탕처럼 달콤했지만, 햇빛은 아이스크림을 재촉하듯 팔 위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팝콘의 고소한 향, 회전목마에서 흘러나오는 황금빛 오르골 소리, 바람에 실린 솜사탕의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손에는 두 장의 탑승 표가 있었고, 하나는 내 것, 하나는 네 것이었다. 종이 가장자리는 여름볕에 바래 희미하게 말라 있었다.


매표소 앞에서 너는 휴대전화 화면에 시선을 빼앗겨 있었다. 내 손목을 타고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렸지만, 너는 휴지를 꺼내지 않았다. 그저 먼 곳을 바라보는 무심한 눈빛만 남았다. 나는 괜히 바닐라를 크게 베어 물었다. 혀 위에서 차갑게 녹아내린 바닐라는 처음엔 부드러웠지만, 곧 미세한 소금기 같은 씁쓸함을 남기고 사라졌다. 손가락 끝을 타고 내려간 차가움은 오래된 기억을 더듬듯 피부에 스며들었다.


우리가 향한 곳은 대관람차였다. 줄은 길었지만, 대화는 짧았다. 바퀴가 천천히 돌며 하늘을 향해 오를수록, 아래의 놀이공원은 작은 보석을 흩뿌린 듯 빛났다. 처음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또렷했지만, 높아질수록 바람 소리가 그 웃음을 덮었다. 불빛들은 하나둘 장난감처럼 작아졌고, 그 사이로 우리 대화는 더 작아졌다. 그러나 그 반짝임조차 유리창에 비친 네 무표정 앞에서 힘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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