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남은 계절, 눈동자에 박힌 거짓말

by 꿈담은나현


그날, 거울 속 눈동자가 갈라지며 내가 끝내 외면한 진실이 드러났다. 레스토랑 유리 벽 너머로 봄빛이 흩어지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한 계절 늦게 도착한 겨울 같았다. 은은한 재즈는 잔 위에서 맴돌았고, 버터 향은 비단처럼 공기를 덮었다. 그러나 내가 마주한 것은 따뜻한 계절이 아니라, 운명처럼 먼저 자리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의 눈빛이었다.


그녀의 갈색 웨이브 머리칼은 빛을 받아 꿀 빛으로 흘렀고, 옅은 자주색 원피스는 포도주 같은 기운을 품고 있었다. 손목 위 시계는 시간의 권위를 말하듯 차갑게 반짝였고, 미소는 고요한 물결처럼 잔잔히 번졌다. 순간 내 젓가락은 허공에서 길을 잃었고, 얼음이 부딪히는 청아한 소리가 귓속을 두드렸다. 짧은 파문 사이로 오래된 기억이 피어올랐다. 한밤중 버스정류장에서 나눠 먹던 종이컵 라면의 김, 서로의 손등에 내려앉던 늦가을의 서늘한 숨결.


“길이 막혀서 늦었습니다.”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껍데기뿐이었다. 길은 막히지 않았다. 막힌 것은 오직 내 마음이었다. 그녀의 미소는 파도처럼 번져왔고, 나는 그 파도에 휩쓸리듯 눈을 떼지 못했다. 동시에 가슴 깊은 곳에서 다른 목소리가 스쳤다. “우린 우리답게 살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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