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머문 창가

“잘 지내?”라는 가벼운 인사가, 오늘은 무거운 질문이 되었다

by 꿈담은나현


민호의 입술에 닿기도 전에 목소리는 바람에 찢겨나갔다. 잘 지내진 못해. 그렇게 속삭였으나, 병실 안에는 까마귀의 검은 눈빛만이 그 말을 붙잡고 있었다.


창문 위로 서리가 얇게 번졌다. 유리에 닿는 숨결마다 안개 같은 자국이 피었다가 사라졌다. 살아 있다는 증거는 고작 그렇게 남았다. 창가에는 희미한 햇빛이 들어와 바닥을 비추었지만, 빛은 병실에 닿자마자 무채색으로 가라앉았다.


민호의 손등은 종잇장처럼 얇아져 있었다. 핏줄은 굳어버린 강줄기처럼 불거져 있었고, 손가락은 부러질 듯 앙상했다. 피부는 창백함을 넘어 투명하게 빛을 잃어 작은 핏줄 하나까지 드러났다. 뺨은 움푹 꺼져 있었고, 눈동자는 깊은 우물처럼 어두웠다. 숨을 들이쉴 땐 갈비뼈가 삐걱거렸고, 내쉴 땐 모래알 같은 잡음이 귀 안에서 흘렀다. 사소한 소리조차 민호에겐 생의 끝을 알리는 북소리처럼 들렸다.


그의 시선은 창밖으로 흘러갔다. 햇살 가득한 운동장, 땀에 젖은 셔츠, 들썩이던 어깨.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섞여 날아가던 날들이 눈앞에 환영처럼 떠올랐다. 그때 누군가 건넸던 말, “잘 지내지?”라는 인사가 귓가에 메아리쳤다. 그때의 대답은 언제나 환한 웃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은 목을 죄는 밧줄처럼 무겁게 걸려 있었다.

문이 열렸다. 서진이 검은 코트를 걸친 채 들어왔다. 코트 끝은 그림자처럼 바닥을 쓸었고, 얼굴은 지나치게 창백했다. 그는 국화꽃을 스치려다 멈추었다. 손끝은 닿지도 않았는데 금기를 어길까 주저하는 듯 떨렸다. 눈빛은 꽃에서 민호의 얼굴로 옮겨왔다. 그러나 그것은 살아 있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었다. 오래된 사진 속 잔영을 확인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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