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조명을 본 자, 말이 사라졌다

by 꿈담은나현


사고 현장의 유일한 생존자가 끝내 말을 아꼈다. 그의 침묵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모두가 외면한 진실을 대신 증언하는 목소리였다.


윤호는 버스 창가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수학여행 첫날의 버스는 아이들의 웃음과 수다로 끓어올랐다. 어떤 아이는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창밖 풍경을 바라봤고, 누군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간식을 나누어주며 깔깔댔다. 과자 봉지가 찢어지는 소리, 콜라 캔이 열리는 소리, 발걸음이 통로에 부딪히는 소리가 작은 소란을 만들었다. 안전벨트는 모두 풀려 있었고, 통로에 흘린 과자 부스러기가 반짝이며 굴러다녔다.


창에 비친 윤호의 얼굴은 창백했다. 눈 밑은 먹물 번진 종이처럼 어두웠고, 지쳐 무거운 눈꺼풀은 납덩이처럼 내려앉았다. 머리칼은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다. 전날 벼락치기 공부로 지새운 밤이 그의 어깨를 꾹 눌러앉고 있었다. 결국 그는 눈을 감았다.


꿈속에서도 그는 버스에 있었다. 풍경은 수채화 물감이 번지듯 흐려졌고, 문 앞에는 엄마가 서 있었다. “가지 마. 윤호야, 제발……!” 엄마의 눈물은 뜨겁게 떨어져 그의 셔츠를 적셨다. 손끝은 찢어진 종잇장처럼 불안하게 떨리며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러나 문은 차갑게 닫히고, 버스는 곧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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