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아이를 품다 #16

by 채온


한참을 재미있게 놀다가 문득,

아이가 내게 말하였다.


"엄마. 선생님이 H 아프게 해써요."

그러면서 뒤허리를 가리킨다.

"응. 그랬어? 그래. 이젠 안 아파. 다 나았지? "

"예에~"


"H야. 다리가 왜 이래?

오늘은 또 어디에 부딪혀서 이렇게 멍든 거야?"


"H야. 너, 이 책 왜 이렇게 찢었어?

엄마가 책 찢지 말라고 했잖아. 응?"

"비나나(사촌동생 G)가 그래써요."


H는 꾸중을 들을 때마다

괜히 사촌 G에게 모든 원인을 돌린다.

"아니, 있지도 않은 G가 뭘 그랬다고 거짓말해?"

"히...."


"호~레이저(파워레인저)! 하! 하! 헉!"


소파 위를 이쪽저쪽 뛰어다니면서

파워레인저 모형 인형을 들고 H는

쓰러졌다 일어섰다를 반복하였다.


혼자서 무수히 떠들면서

마치 누구랑 이야기라도 하는 듯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누웠다 일어섰다를 반복하였다.

살 붙을 겨를이 없다.


"멍멍이. 시꺼어(시끄러)! 시꺼어!"

H는 강아지 인형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면서 혼내주고 있었다.

그러더니 뛰어와서 내게 말하였다.


"엄마! 멍멍이 시꺼어요(시끄러워요)."

"응. 그래? 멍멍아. 조용히 해~해."

"멍멍! 조요이 해(조용히 해)!



2008. 3. 1.






2026. 3. 4.



나도 그랬지만.

스무 살이 된다고

바로 어른이 되진 않는다.


대학에 가든, 군대를 가든

사람들 사이에서

깨지고 구르고 다쳐야

점점 어른이 된다.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


상처가 많은 사람.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

업무에 능수능란한 사람.

겸손하고 예의 바른 사람.

아랫사람을 잘 이해하는 사람.


이런 이들이 어른일까.


어릴 때도, 키울 때도

그랬지만.

지금 아들들도 한참 구르고 있다.


스물이 된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즈음

두 아들이 다 앓고 있다.

삶은 나이만큼

과제를 안겨 준다.


나는 엄마의 눈으로

아들들을 보다가.

또 남의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보다가.


한숨도 짓다가

웃음도 짓다가

그러고 만다.


이제는 각자 자라야 한다.


아들들도

엄마도

더 자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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