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앓는 아이

아이를 품다 #18

by 채온


겨우 내내 잠들었다

따뜻한 기온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세상의 거친 숨결들.


아이는 그 숨결을 들이마시고

봄을 앓기 시작한다.


한숨처럼 앓는 아이는

밤새 고열로 들뜨기도 하고

마른 입술을 적시며

이리저리 신음을 뱉어낸다.


아픔을 말할 수 없는 아이와

아픔을 온전히 나누지 못하는 엄마.


그 거리는

강을 가로질러 건너는 나룻배의 행인과

이미 떠나버린 배를 향해

부질없이 손을 흔드는 뒤늦은 행인의 발걸음.

편도선염과 코감기와 후두염이

내 아이의 푸른 이마 위로

차례차례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꼭 이번에는 손잡고

의좋게 나누어 가지자고 약속이나 한 듯이

그렇게 야속하게 내 아이의 작은 심장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습니다.


속살을 드러낸 사과 같은 선명한 눈빛으로

아이는 나를 향해 '아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 내 아이는

아픈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픈 것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 정말 아이는,

아픈 것이 어떠한 것인지 알게 된 것일까요.


나는 이제 아이의 '아파'가

얼마나 아픈 말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아파' 하고 말했을 때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아이가 '아파' 하고 말했을 때는

내 눈앞의 공기가

'아파'라는 글자를 그리며

점점 잘게 부서졌습니다.


나의 마음속으로 그 부서진 글자가

옹이 져서 박혔습니다.

아픕니다. 너무 아픕니다. 화가 날 정도로 아픕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아픔은 너무나 싫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닙니다.

나는,

내 아이의 '아파'를 아프고 싶습니다.

차라리 그것이 내게는

더 견딜만한 아픔일 테니까요.


2008. 3. 18.




2026. 3. 6.


부모가 되어 보면 다들 안다.

자식이 아프면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특히,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나이에

아프다고 우는 아이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약을 먹어도

주사를 맞아도

아픈 게 바로 사라지지 않으니까.


아이는 아프다고 속수무책으로 울고.

엄마는 그런 아이를 보며 밤새 운다.

대신 아파줄 수도 없는 마음.

그래서 더 괴로운 마음.


원래 환자는 밤에 더 아프다.

아이가 앓는 밤은

그래서 낮보다 길었고

어둠보다 더 깊었다.


크면 좀 더 나아졌을까.

중고등학생 때도 더러 아픈 날이 있다.

독감에 걸릴 때도 있고,

고열에 시달리는 날도 있었다.


몸은 멀쩡하게 나보다 큰데

열기운에 쓰러져 있는 아이를 보면

영락없는 아기였다.


그럴 때 덩치는 크더라도

어쩔 수 없이 자식은 자식이었다.


자식이 아픈 날은 잘 수가 없다.

아이가 밤새 앓고 나면

나도 밤새 걱정에 시달렸다.


힘든 아이의 손을 잡고

푸른 이마를 어루만진다.

그래, 엄마가 대신할게.

이제 그만 아프렴. 내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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