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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롱이 Dec 08. 2022

당신에게만 말하는 신비한 이야기

당신은 기적을 믿으시나요?

혹시......


당신은 기적을 믿나?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오로지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는 아무런 기적이 없는 것처럼 사는 것과
또 하나는 모든 게 기적이라고 사는 방식이다.


나는 물론 전자다.

아무런 기적이 없는 것처럼 살았고,

솔직히 기적이란 단어조차 싫었다.


프랑스 격언에 기적은 그것을 믿는 사람에게만 일어난다는데, 그래서일까나. 내게는 먼 세상의 이야기 같았다. 아 그렇다고, 내가 보지 못 했다 해서 투정 부리듯 싫었던 것은 아니다.


불행히도  내게  '기적'을 말하던 사람은 결국 이상한 종교 단체를 권유하기만 했고 아니면 기적의 다이어트나 만병통치약이라며 무엇인가를 팔려는 사람들뿐이었다


 유명한 행동심리학자 스키너는 미신을 증명했는데, 비둘기에게 일정한 간격으로 먹이를 주면, 나중에는 사실과 전혀 다른 자신만의 인과관계를 만들어 배고프면 다리를 올리더라고 한다.

 괜스레 내게는 기적을 믿는 사람은 배고프면 다리를 올리는  '미신 믿는 비둘기'와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


난 날아다니는 것보다는 싸돌아다니기를 조금 더 잘하니, 태생적으로 조류가 될 수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난 나름의 지성으로 기적이란 단어를 멀리했고, 기적이란 것은 바라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며, 거기에서 나오는 특출 난 성과가 기적일 뿐이라 정의했다.

난 스스로 내린 이 결론에 퍽이나 만족해하며, 으레 21세기의 지성인이 된 냥 흡족해하며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네게 지금부터 내가 겪은 신비한 체험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걱정하지 마라. 나는 종교인이라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어디애 나가지 않고, 당신에게 구경시켜 줄 상품은 내 빈 주머니뿐이다. 그러니 강요할 생각은 없다. 그냥 옛날이야기 듣듯 편안하게 읽어보기를 바란다.


내가 딱딱한 병원 침대를 사용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

눈에서 물이 났다. 마른 베갯잇이 젖었다. 나는 누군가를 귀찮게 하기 싫어져 왼손으로 그냥 스윽 문질러버렸다.

작은 불편함을 느끼기에  현재 느끼는 고통이 너무 컸다.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두려워하고,

떨고,

기도하기를 반복하다 해가 졌다.


며칠 새  몸은 마른 장작처럼 야위었고, 난 두 손을  포개고 겨우 지쳐 노루처럼 잠들었다.


어느새 눈이 뜨였다.

마치 한밤에 친구가 부르듯 잠이 깼다

아침인가?

고개를 외로 돌려 창가를 보니 저 멀리 초승달이 떠 있었고,

병원도 깜깜 나라는 아니었지만, 조명을 최대한 낮춰놓아 그림자 덮인 길모퉁이처럼 앞이 쉽사리 분간이 가지는 않았다.


-뭐지, 반딧불인가?


위를 바라보니 천장에 붙은 나비처럼 무엇인가가 빛나고 있었다. 원래부터 거기 존재하던 것처럼 반짝였다


어디에서 들어왔을까, 그보다 지금 이 날씨에 그것도서울에 반딧불이 살긴 하는 걸까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지만 왜인지 의아함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 빛은 꽃잎이 떨어지듯 살랑살랑 아래로 떨어져 내려왔다.

작은 반딧불만하던 빛은 중력을 흡수하듯

조금씩 커지더니 어느새 작은 계란만 해졌다.

동그래진 빛뭉치에서는 한여름 건강한 태양의 냄새가 났다.

꿈인가 싶었지만 단언컨대, 내 정신은 이때보다 또렷한 적이 없었다고 자신한다

특히 빛에서 나는 따스함은 옛 고향의 특별한 정겨움 같은 온기를 품고 있어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나를 향해오던 빛은 이만하면 됐다 생각한 것인지

조용히 그 자리에 멈춰 나를 바라봤다.

모든 법칙에서 벗어나 조용히 그 자리에 서서 홀로 빛나고 있었다


나는 눈이 부시지 않는 영 빛을 더 자세히 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똑똑히 보면 보려 할수록 파악하기 힘들어져,

때로는 십자가로, 때로는 별처럼, 때로는 공처럼 보였고

집중할수록 내 마음같이 인식되어,

결국에는 형상을 파악하기 더 힘들었다.

그러나 그게 괴롭지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했다.


나는 눈을 감고 엄마 품에 안긴 아기처럼

온기를 느끼다, 그렇게 단잠이 들었다


똑같은 해가 뜨고, 노곤한 오후가 되었다

"이 차트가 이 환자분 거 맞아요?"

"맞습니다. 아침에 실시한 혈액검사랑 MRI 결과. 봐요 이분 겁니다."

"이상한데요. 다 정상 수치잖아요. 처음이랑 너무 차이가 나고요.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요 흠......"


하루 밤새 모든 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의사도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다 한다. 그래도 위험할 수 있으니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정밀검사를 하자는 말을 듣고, 난 그렇게 와이프의 손을 잡고 병원을 나왔다.


난 태연한 척 길을 걸었다.

내가 울면 와이프가 괜히 따라 울 것 같아서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열린 카페 문 사이로 익히 듣던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무슨 곡인지는 몰라도 그녀가 자주 쳤던 곡 중 하나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괜히 참았던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나는 잰걸음으로 그녀보다 반 발짝 앞에 섰다.

그녀도 눈치챈 것인지 아무 말 없이 뒤따라왔다.

조용히 울고 있을 것 같아, 나는 뒤돌아 볼 수 없었다


우리는 이후 서울을 떠나, 부산으로 내려왔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녀가 보고 싶다던 바다가 보이는 집으로 옮겼다.

이제 우리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삶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직도 병원 새벽에 있었던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죽음을 떠올렸을 때,

진정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게 진정한 기적은 빛 같은 삶이 아니라 죽음이 아닐까? 


내일 죽는다 생각했을 때 오늘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게 진정 자신이 바라는 삶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인도 없는 곳에 내려오니,

그간 생각만 하고 잘하지 못했던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독서

난 따로 고민하지도 않고 카카오 오픈 방에 해운대 독서모임이라고 쳐봤고, 해운대에는 다른 모임은 많았지만 책모임은 생각보다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같이 생각한 사람도 때마침 있었는지 끌리듯 들어갈 방을 하나 찾았다


해운대 독서살롱


방에 입장하니 닉네임으로 바꾸라고 공지가 왔다

뭐가 좋을까

내 살았던 이전을 떠올리니, 난 인생에는 초보였던 것 같아서 "초보"라고 할까 생각하다, 뭔가 부족한 것 같아 더 고민했다.

인간은 어느 순간 깨달았다가도 다시 초보로 돌아가며, 이렇게 반복되는 것이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반초보"라고 할까 하다, 말이 긴 것 같아

그냥 "반초"로 정했다.

나는 그제야 겨우 "무명"에서 "반초"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효롱님이 해운대 독서 살롱 모임을 위해 새로운 곳을 찾았다고 했다.

나는 왼손에 커피를 들고 행복한 책 이야기를 하기 위해 걸어가는 중이다.


빌딩 안의 삶보다는 바다와 책이 함께 하는 삶. 그 결정에 대해 생각해보며 컵에서 새어 나오는 향기로운 커피 향을 느꼈다.


난 예전 기적이 없다던 어설픈 합리적 생각도 이렇게 바꿨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 모든 기적이 있는 것 같다고


에피소드 반초(3편 완)
1편 : 세상에서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2편 : 나를 보내고 그녀는 피아노를 쳤을까
3편 : 당신에게만 말하는 신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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