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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 루틴

루틴 없이, 목적없이 골프를 계속 칠 수 있을까?

by Even today

한동안 글 쓸 생각도 못 했다.
나를 위해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습관처럼 굳어 있던 루틴에서 한 걸음 멀어지는 일이었다.

마음 내키는 대로 흘러가던 식사,
눈이 감길 때까지 버티던 수면,
아무 의미 없이 들여다보던 SNS,
쉬는 시간도 필요해, 라며 내버려뒀던 시간들.

이게 다 따로따로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하나로 연결된 삶의 흐름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그래서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먼저, 요가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절대 빼먹지 말자’는 약속을 스스로와 했다.
그 약속을 열 주째 지키고 있다.
몸이 쫙쫙 펴지는 그 느낌이 주는 개운함,
스트레칭 하나에도 ‘나 잘 살고 있다’는 신호가 담긴다.

그리고
먹는 걸 신경 쓰기 시작했다.
과자 대신 과일, 대충 때우는 식사 대신 따뜻한 한 끼.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내 하루의 중심이 바뀌는 경험이었다.

SNS도 정리했다.
휴대폰에선 아예 지우고, 아이패드에서만 최소한으로 본다. 덕분에 일찍자고 4시에 일어나는 강제 미라클 모닝 루틴이 생겼다(?)

책을 보고,
산책을 하고,
글감을 떠올리고,
가끔은 그냥 쉰다.
쉬는 것도, 이제는 내가 나한테 주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이 모든 변화들은 거창한 결심에서 나온 게 아니다.
그냥
내가 나를 잘 살피고 싶은 마음에서 나왔다.

습관은 3주면 바뀐다고 했지.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가장 이기기 힘든 상대는 '나 자신'이라는데 그걸
조금씩 체감 중이다. 그것을 이겨낸 진짜 나는 더 강해질거라 믿는다.






요즘은 골프도 다시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냥 어느순간부터는 연습없이 그 날 라운딩하는 4시간만 반짝! 즐기기만 하던 취미가 아니라,
나를 돌보는 루틴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목표 없이 치던 골프에 방향을 붙이자,
연습하는 마음도 달라졌다.


이번주는 호주에서 한인 골프대회가 열린다.

나를 위해서 안마의자를 따자는 목표가 생기기도 했고, 그러려면 어쩔수없이 연습은 필수.




삶도 골프도, 결국은 내 몸과 마음을 어떻게 다루느냐,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 나를 위한것이냐 아니냐 에 따라 다르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골프의 스윙처럼,

일상의 루틴도 컨트롤이 가능해야 정교하고 단단해 진다. 결국 '나' 는 내가 매일 반복하는것들로 이루어져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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