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은 본디 강하다. 그 힘을 권력과는 무용해 보이는 것에 쓸 뿐이다. 정이 많음은 재능에 가깝다. 다정에 기민함을 곁들이면 센스있는 사람이 되고, 욕심 없음을 곁들이면 무해한 사람이 된다. 무엇을 덧붙여도 결국 다정과 어울리는 모양이 된다. 커다란 페인트통에 담긴 물감 같은 게 아닐까, 다른 색을 몇 방울씩 떨어뜨려봤자 결국 그 색인 것. 소쿠리 한가득 사과를 담아 누가 몇 개를 빼가도 여전히 사과 바구니인 것. 다정의 단위는 한 움큼, 한 뭉텅이, 그런 것과 비슷하다. 홀로 있어도 다른 것을 품어줄 요량으로 거기 그렇게 있다. 다정이 몸집을 늘리려는 이유는 오롯이 더 큰 다정을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