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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문 DaaMoon Jan 24. 2023

친구가 가르쳐주는 외국어는 항상 이렇다

日本人友達が初めて教えてくれた言葉

교환학생으로 연구실에 와 있던 어느 날, 연구실의 대학원생이 말을 걸어왔다.


"日本語教えてあげようか。"

(일본어 가르쳐줄까?)

"はい。"

(네)


"じゃ、これを言ってみて。

(그럼, 이거 말해봐)

でんでんこうしゃ"

(덴덴코샤)


"でんでんこうしゃ"

(덴덴코샤)


내가 따라 하자마자 온 연구실 학생들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가르쳐준다던 나카타니도 반 웃는 얼굴이다.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일단 상대방이 웃는 건, 좋다 싶어 '덴덴코샤, 덴덴코샤!'하고 연발했다. 연발하면 할수록 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기숙사 집에 놀러 왔던 연구실 친구, 옛날 카메라라 흔들렸지만 손에 들고 있는 츄하이랑 오른쪽 책장에 있는 니혼슈만은 빛나고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일본에는 한국통신처럼 일본통신이 있다. 지금 이름은 NTT이다. 이 NTT의 전신(前身)이 덴덴코샤, 한자로는 電電公社였다. 덴덴코샤는 약어로 원래 이름은 일본전신전화공사(日本電信電話公社)로 벌써 옛날에 없어진 회사명이었다.


그런 옛날 회사명을 말해보라니 일본어를 가르쳐준답시고 아마도 외국인이 말하면 웃기게 들리는 말을 알려준 모양이었다. 절대로 외국사람이 알 수 없는 단어를 말하는 걸 보면, 그것 자체가 우스꽝스럽긴 하다.


하긴 나도 그렇다. 외국인 친구가 한글 좀 가르쳐 달라고 하면 절대 알 수 없는 사투리를 가르쳐 주긴 한다. 외국인 친구가 '억수로'를 쓰는 걸 듣고 있자면 어떤 어투인지도 어감도 모르면서 쓰는 것이 귀엽고 우습다. 


나도 그렇게 웃긴 외국인 학생이 되었지만, 그 덕분에 아직도 덴덴코샤를 기억하고 그날의 정경을 기억하고 있다. 벌써 18년이나 지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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