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恵まれる 메구마레루
라는 일본어가 있다. 우리말이라면 베풂을 받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는 [주위 환경이 나에게 베풀어주는 것이 많아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라는 상태일 때 많이 쓰는 듯하다.
그래서 표지 사진을 보고 문득 메구마레루란 단어가 꼭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인근 공원에 걸려 있는 훌라후프들. 쓰고는 다시 제자리에 걸어둔다.
하지만 이 훌라후프들이 해외 어느 곳에 이렇게 걸려 있었다면?
한 시간이라도 그 자리에 남아 있을지 의문스럽다. 내 경험상 이런 걸 방치해 두는 순간,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금방 없어져 버릴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누군가가 남이 가져가기 전에 금방 주워 가지고 가 버릴 것이다. 자기 몸에 꽁꽁 싸 두르고 있는 지갑조차 훔쳐가는데 주인 없는 물건이라면 그냥 둘리 만무하다. 즉, 경제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신은 가난함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여러 가지 힘든 점도 많은 나라지만 적어도 훌라후프를 훔칠 정도로 정신이 가난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물론 우리네 삶이 전혀 평탄치 않은 것은 모두들 동의할 것이다. 그래서 혹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서 살 거라고 말할라치면 재고해보라고 '네이티브의 충고'라는 이름하에 꼭 만류해야지라고 늘 생각해 왔는데, 오늘 조금 사고가 바뀌었다.
하지만, 이것이 국뽕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