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쓰며 언젠가 나도 책을 내면 참 좋겠다는 소망을 마음 한 켠에 품고 있던 차에, 브런치 작가님의 신간 에세이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았다.
브런치 연재글을 책으로 묶어 냈다는 점이 흥미로웠기에 서평단에 지원해서 채수아 작가의 에세이집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받아보게 되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인간이 과연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이기는 한걸까.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 조차 늘상 실패하는 게 인간 아니던가. 채수아 작가의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아니나 다를까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여준다. 막내 며느리로서 손윗동서가 외면한 어려운 시어머님을 모시겠다 나서고, 교사로서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대하고, 가정도 돌보아야 하고. 끊임없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끌어안으려는 버둥거림. 그 불가능한 미션들을 하려다보니 그녀는 결국 시름시름 앓게 되고, 건강도 잃고 홧병도 얻어 결국 천직이라 여긴 교사를 그만두고, 어머님과도 분가하게 되는 일련의 실패기.
채수아 작가의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그렇게 처절히 실패한다. 하지만 희안하게도 그 처참한 실패를 읽어가면서 따라간 나의 결론은 "이 작가 인생 헛사셨네"가 아니라 "정말 열심히 제대로 삶을 사셨구나"로 귀결된다.
요즘 웹소설들은 5000자 안에 사건과 갈등을 넣어두고 사이다 결말로 마무리를 한다. 하지만 이제 40 중반을 넘어 50을 향해 달려가는 나이가 되다보니 살며 그런 사이다 같은 순간은 별로 없을 뿐더러, 그 사이다 같은 순간들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알게되었다. 인생은 시원하고 달콤한 사이다보다는 퍽퍽하고 목맥히는 고구마의 연속이다. 꾸역꾸역 살아내는 순간들이 더 많고, 참고 인내하는 순간들이 더 많다. 맞다. 부조리하다. 불공평하고, 억울하다. 그것이 삶이다.
채수아 작가는 그런 고구마 같은 삶을 회피하지도, 불평하지도, 싸우지도 않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사랑으로 소화하고자 애쓰고 또 애썼다. 결국 시어머니와 분가했지만, 그 이후에 어머님 떠나시는 날까지 서로 사랑하며 돌보았다. 힘든 순간 도와주지 않은 남편에게 울화가 치밀어 한 소리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럴 수 밖에 없던 남편을 이해하고 보듬어 사랑한다.
사람을 사랑하다 처참히 실패했지만, 그 후에도 계속 사랑하며 살아간다. 자신의 삶을 이보다 더 고집스럽게 살아내는 개인이 어디있을까 싶다.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88개의 짧은 에세이들로 묶어낸 책, "사람을 사랑하는 일". 사이다를 찾는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적인 삶이라 할 진 모르겠지만, 나는 채수아 작가같은 분이 내 아이의 선생님이었으면 좋겠고, 나의 친구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