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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방 Jul 30. 2020

성공의 지표=한강 뷰(VIEW)?

뷰(VIEW)가 뭐길래... 부(富)의 기준이 된 한강 조망권 이야기

요즘 즐겨보는 웹툰 중에 ‘위대한 방옥숙’이라는 작품이 있다. 없는 살림에 한강 조망 아파트를 매입한 주인공 방옥숙이 주변 재개발 사업으로 조망권을 침해 받을 위기에 놓이자 이를 반대하기 위해 아파트 부녀회와 힘을 모으다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내용이다. (블랙코미디물이라 씁쓸하지만 재밌고 흥미진진하다.)

작가의 작품 소개처럼 다소 극단적인 전개가…… 스릴러 만화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시길.


이 작품의 장르인 블랙코미디물에서 핵심은 현실에 존재할 법한 잔인한 상황을 익살스럽게 풍자해 공감과 공포를 자아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위대한 방옥숙’에서 공감되는 부분은 어떤 요소일까? 바로 주인공의 한강 조망권에 대해 집착이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한강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될 것 같니?
이건 일종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지.
우리는 이제 특권층이야.


위는 실제 이 웹툰의 1화에 나오는 내용으로 한강 뷰 아파트에 입주한 젊은 방옥숙이 어린 딸에게 말하는 장면이다. 이 말풍선만 봐도 작가가 현실에서 꼬집은 부분이 어떤 것인지 감이 온다. (웃기게도 바로 다음 장면은 단열 에어캡, 일명 뽁뽁이를 붙인 한강 뷰 거실 창이 나온다.) 


한강 뷰 초호화 자택 공개한 배우 ○○○… “성공한 느낌”


며칠 전 나온 기사 제목이다. 한강변 아파트를 매입한 모 연예인이 '성공한 느낌'이라며 근황을 전했다. 한강 뷰 아파트 하면 자연스럽게 성공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서울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한강. 오늘은 성공의 아이콘이 된 한강 뷰 아파트를 주제로 부동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화제의 판결로 현재까지 회자되고 있는 한강 조망이익 침해사건


몇 해 전 서울 성동구 금호동 아파트 입주민이 자신의 집 근처에 들어선 아파트로 인해 일조권과 조망권이 침해 당했다며 주택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사건이 있다. 오랜 다툼 끝에 2004년 서울고등법원은 일조권과 조망권의 가치가 집값의 20%에 해당한다고 명시한 판결을 냈다. 한강 조망권을 주택가치의 일부로 인정한 것이다. (이후에도 조망권 때문에 여러 소송이 진행됐지만 일부 사례를 보면 한강 조망권은 법적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한강 뷰'에 가치를 매겨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다른 동네에 비해 가격이 높은 아파트가 한강변에 위치한 이유이기도 한데 7월 한 리서치업체에 따르면 올해 서울 최고가로 거래된 아파트 상위 50위 중 42건이 한강 생활권(한강과 반경 1km 이내) 단지로 조사됐다. 


같은 단지인데도 한강이 더 잘 보이는 집의 가격이 많게는 수억원까지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10층)가 26억 5000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일주일 뒤에 평형도 층수도 같은 조건의 집이 5억원 이상이나 비싼 32억원에 거래됐다. 32억에 팔린 이 집은 단지 내에서도 한강이 보이는 동에 위치해 있다. (그래도 그렇지.... 5억원이나 차이가 나다니. 이래서 한강 보면서 살 수 없나봄ㅜㅜ)


강남에서 한강을 보려면 필연적으로 북향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무한한 한강 사랑은 집 설계에 대한 고정관념도 무너트렸다. 전통적으로 집은 남향이 최고라고 하지만 한강 조망권 확보를 위해 북향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것! 남향이 해를 더 받을지 모르지만 강남에서는 북향이어야 한강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거실을 북향으로 배치한 아파트가 꽤 많다. 서초구 잠원동 잠원한강(1989년 입주), 강남구 청담동 현대3차(1999년 입주), 청담래미안로이뷰(2014년 입주) 등이 북향 세대가 있는 대표적인 아파트다. 


다방 앱으로 본 청담 자이 아파트 매매가… “한강뷰 좋음”이라고 달린 매물 가격이 3억원이나 비싸다.


심지어 남향이 단 한 가구도 없는 단지가 있다. 강남구 청담동의 ‘청담 자이’는 총 708가구 전체를 한강 조망을 즐길 수 있도록 전 가구 북동향으로 설계했다. 이렇듯 80~90년대에도, 지금 현재까지도 건설사들이 북향 아파트를 짓는 이유는 수요자들이 좋아하기 때문일 것. 롯데건설은 ‘롯데 시그니엘 레지던스’ 분양 당시 정북향부터 팔려나갔다고 밝힌 바 있다. 




한강뷰면 뭐해! 겨울에는 얼어 죽어


뭐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 2018년 SBS 스브스뉴스의 경제 콘텐츠인 '돈워리스쿨'에 출연한 유명 래퍼 딘딘은 한강 뷰 집에 살았던 경험담을 얘기했다. "바보 같이 한강뷰라는 말에 홀려서... 집이 엄청 좁아. 여름엔 통구이 되고 겨울에는 얼어 죽어"라며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의 단점을 토로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부정적인 면이다. 하지만 로망을 실현하고 나서야 단점이 와닿는 법. 딘딘의 이러한 발언에 한 네티즌이 '그럼 우리집하고 바꾸자'라고 댓글을 단 것만 봐도 한강 뷰 아파트에 대한 꿈은 사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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