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 말고 평안하길
여행이 좋은지 싫은지 모르겠다. 사진 속의 나는 행복한데, 사진 밖의 나는 지치고 고단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래서 나는 또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무려 엄마랑 함께 떠나는 여행을 말이다. 서울 2박 3일이지만 한숨부터 나온다. 부모님을 모시는 여행을 해본 자식들은 내 심정을 다 아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혹시나가 역시나다. 새벽에 일어나 버릇하던 엄마는 내 늦잠을 용서할 수 없고, 이 커피는 달고 저 커피는 쓰다. 맛집이란 곳은 왜 밥이 설익었으며, 고등어는 왜 이렇게 짜서 하루종일 조갈 나게 하는지.
그때 내 귀에 아주 다행스러운 한마디가 들렸다. ‘붕어싸만코‘를 드시고 싶다니!
광장시장 꽈배기도, 백화점 밥도 별로인 서울보다 더 각박한 엄마 맘이 고작 붕어싸만코에 사르르 풀릴 때 그 안도감이란. 그 자리에서 나는 많은 여행 계획을 포기했다. 행복한 여행 대신 평안한 여행을 하기로 했다. 익숙하고 별것 없지만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촘촘한 계획을 다 버렸다. 아침 일찍 문 연 곳을 찾아 들어간 해장국집은 맛있었고, 한옥마을은 못 갔지만 초입에서 우연히 발견한 조향 체험은 꽁꽁 언 몸과 맘을 녹여주었다. 아무 걱정도 탈도 없이 무사히 숙소로 돌아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삶도 그냥 평안했으면 좋겠다. 매일 반복되고 지루하더라도 무사했으면 좋겠다. 행복을
좇는 건 너무 지치다. 앞으로는 인사말을 바꾸려 한다. 당신의 삶이 행복하기보다 평안하길 바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