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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보일 Mar 17. 2024

가로등: 아주 어두워지기 전에

희망이란 이런 거겠죠

  문득 눈물이 새는 날이 있다. 길에서, 버스에서 눈물을 짜면서도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보 같은 바람이 맴돈다. 이 날도 그랬다. 내 삶에 내가 없는 것 같았다. 그것이 지나간 것들에 의한 것이고, 다시 붙잡을 수 없어서 내 삶을 되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눈물이 새는 건 몇 가지 방법으로 고칠 수 있다. 진정제를 먹거나 엄마를 보는 것이다. 전자를 선택했는데, 후자가 따라왔다. 배도 고프지 않지만 떡볶이를 먹고 싶은 척하며 엄마와 흐리멍텅히 떡볶이 포장을 기다렸다. 그리고 하필 그때 가로등이 팍- 켜졌고, 그게 예뻐보여버렸다.



  “예쁘지. 아침 일찍 가게 출근할 때 가끔 가로등이 켜지면, 그렇게 반가워.”


  매일 어둠을 헤치며 출근하는 엄마에게 가로등은 어떤 의미였을까. 어두운 걸 싫어하면서도 악착같이 무엇을 위해 어둠을 헤쳤는지 생각했다. 나는 가로등이 되어야지 다짐한다. 밝을 때는 몰라도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앞길을 다독여주는 그런 사람. 엄마에게든 나에게든.


  모두 지나가버렸다면 새로이 잡아둘 것들을 마련해야지. 완성 못한 그림이 되더라도 다시 하나하나 내 삶을 나로 채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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