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러운 철학입니다
우리 반 애들은 6학년인데, 아직도 똥방귀 얘기에 비식비식 웃음이 샌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어이가 없는지. 1학년이든, 6학년이든, 서른이든, 예순이든 모두 똥방귀 얘기엔 무장해제다. 수업 때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깔깔거리고 말았는데, 나는 변기 위 철학자라 그 이유를 금방 깨달았다.
똥방귀는 비밀이다. 누가 내 똥방귀의 형태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수치스러울지 모르겠다. 세상 모두가 갖고 있는 비밀 아닌 비밀인 것이다. 그렇지만 들켜도 큰일이 벌어지지는 않는 비밀이다. 그것이 똥방귀 비밀의 매력이다. 그러니 어쩌다 실수로 누군가에 들키게 될 때도 발개진 얼굴로 ‘웃으며’ 무마한다.
비밀이라는 말은 비밀이 아니라는 말이다.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존재의 의미가 사라지는 웃긴 녀석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결함들을 똥방귀로 생각하기로 했다. 숨기려고 노력도 하고 들켰을 때 부끄럽긴 하지만, 그다지 큰일은 아니다. 누구나에게 똥방귀는 있기 마련이니까. 그저 웃어넘기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