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미운 것이 누구에겐 기가 막힌 아름다움이군
3월부터 지금까지 지독히 오랫동안 벚꽃을 바라봤다. 필락 말락 할 때의 분홍빛부터 흐드러지게 봄비를 만들 때까지 아름답다. 낮이든 밤이든 벚꽃 사진만 찍었다. 근데 우리 엄마는 아니었다.
“저 허연 꽃이 뭐가 이쁘냐.”
샐쭉한 엄마 말에 반박하려다 말았다. ‘그래, 취향은 가지각색이니깐.’하고 말이다. 근데 엄마는 이 아름다운 벚꽃길을 두고 굳이 철쭉 사진을 찍었다. 내가 싫어하는 아주아주 촌스러운 찐-한 보랏빛 분홍색이었다.
철쭉은 슬펐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내가 참 오만하단 생각으로 바뀌었다. 철쭉이 벚꽃이 되고 싶은지, 주목을 받지 못해서 슬픈지 물어본 적 없었다. 그저 제 빛깔을 당차게 빛내고 있을 뿐이다. 엄마는 그 빛깔에 취해 벚꽃보다 더 많이 철쭉의 사진을 찍었다. 철쭉은 엄마에게만큼은 조연이 아니라 주인공이었다.
내가 여러 빛깔의 봄을 좋아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차등을 두었다. 내가 뭐라고.
그러니 이제 이 세상에 조연은 없다 생각한다. 꽃이 서로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 것처럼, 나는 나만의 주연으로 나를 사랑해주어야 한다. 각자의 작품에서 주연으로 빛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