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낡은 버스에서만 잠이 와

기사님 감사합니다

by 다보일

기사님 신시가지 가나요

가긴 가는데 돌아갑니다

네 좀 잘 수 있겠네요


오르막 기어가며 낡은 버스는 비명을 지르고

버스 안의 누구도 비명은 못 들은 채

나는 에어팟을 끼고 눈을 감는다


엄마 나는 버스만 타면 잠이 와

왜 너 엄마 차에서는 잠을 안 자


(엄마 뱃속

먹는 것도 없어 비좁고 덜컹거리는

게 누구 새끼냐며 거세게 두들기던 주먹에도) 나는 잠을 잤잖아

(엄마 등

쉼 없이 위아래로 둥가둥가하는

앙상하니 나를 찌르던 등뼈에도) 깨지도 않고 푹 잤어

그러니까 괜찮아


평평한 땅에서 숨 고르려 멈춰 선 버스에도

버스 안의 누구도 얼른 출발하라 채근하지 않는다

다들 어쩌면 서머한 거겠지


아가씨 종점이에요

네 덕분에 좀 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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