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여행

가을의 감성여행

by 꿈마니

가을이다. 창밖에는 가을이란 녀석이 깊고 짙은 향기를 내뿜고 있다. 봄이란 계집은 신록과 꽃향기를 내뿜는다면 가을이란 놈은 들녘의 풍요와 파란 하늘 그리고 순색의 단풍 향기를 싱그러운 바람결에 실어 보낸다. 그 향기는 우리로 하여금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탓하고는 한다. 그의 나무람이 무서워 잠시 내려놓았던 감성을 한 움큼 쥐어 들고 밖으로 향한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은 눈을 맑게 하고 저마다 개성 넘치는 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자연의 화려한 변신은 가을동화를 만들어낸다. 그러니 나의 마음은 소년으로 향한다. 그렇게 가을은 나에게 감성 여행을 만들어내잔다. 감성을 이루는 수많은 세포를 통하여 한지에 먹 스미듯 온몸으로 번져나간다.

가을이다.
가을은 그 내면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봄에 그 여리디 여린 생명을 잉태하고는 여름내 왕성한 젊음을, 마치 그 젊음이 영원하기라도 하듯 온 세상을 짙은 녹음으로 뒤덮더니 이제는 노랑과 붉은색으로 자연에 붓질을 해댄다. 그 붓질은 제 생명이 다하고 있음을, 또한 앞으로 닥칠 긴 겨울 매서운 추위와 우울한 회색 세상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몸부림의 화려함이다.
아무려면 어떤가. 저 푸르름에 흰색으로 그러데이션 된 하늘이 부르고 있고 제 생명 불태워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자연이 나를 부르니 감성과 앵글을 들고 나서 가을 향기를 만나고 가을 동화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니던가. 그런데 감성이란 도구는 가을의 내면을 파고들어 시간의 연속성에서 그 어떤 생명도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피해 갈 수 없음을 끄집어낸다. 자연이 주는 풍요와 화려함에 들떠있던 마음이 이내 숙연해진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가장 슬픈 일이 무엇일까? 아마도 이루지 못 한 사랑의 아픔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그 뜻을 이룰 수 없을 때의 가슴 저림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한 여인을 간절히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해서는 안 되는 사랑이었다. 병이 된 사랑을 가슴에 묻은 채로 죽은 남자는 한 그루의 꽃나무가 되었다. 그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여자는 환생해 꽃이 되었다. 여자는 꽃이 되고 남자는 잎이 되었으니 이제 둘은 내내 함께 할 수 있게 되었구나 했으나, 그것은 헛된 바람이었다. 남자는 잎으로 피어나 아무리 기다려도 잎이 다 지고 나서야 꽃이 피어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둘은 한 그루의 꽃나무가 되고서도 끝내 서로 마주 볼 수 없었다.

이 가을! 우리는 그 많은 가을꽃 중 어떤 꽃일까? 인간으로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외모와 진홍의 자태를 뽐내며 그 어떤 가을꽃 보다 예쁜 미모를 자랑한다 해도 난 결코 상사화는 아니고 싶다.
가을이다. 깊은 곳에 잠시 웅크리고 있던 양면(화려함과 쓸쓸함)의 감성을 자극하는 올가을에 난 어떤 가을 이야기와 감성여행을 담아내야 할지 나의 마음은 감성 세포를 쉼 없이 발산한다. 그러니 또 떠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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