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나도 이런 글을 씁니다.
버스 창문 너머로 바람이 분다. 너를 처음 떠올리게 했던 계절처럼. 창틈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기억엔 당신의 목소리와 이름이었던 아름다움이 섞여 있었다. 우리는 바람으로 대화하곤 했다. 당신은 말을 아꼈고, 나는 숨을 들이켰다.
“괜찮아”라는 말 대신 당신이 창밖을 바라볼 때, 나는 당신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비어 있는 버스 칸 곳곳엔
당신이 앉았던 자리를 닮은 공기들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 자리에 당신이 없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가득하게 느껴지는 걸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같은 바람을 느끼던 날들이 있었다. 당신은 종종 창밖을 보다 눈을 감았고, 나는 그런 당신을 눈에 담으며 그 순간을 외우듯 기억했다. 지금 이 바람은, 당신이 지나간 자리에서 아직도 내게 말을 거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람은 당신의 언어였고, 나는 그 언어를 듣는 사람으로 남아 있다. 점점 희미해지는 이름과 목소리는 이제 ‘아름다웠음’이라는 한 문장으로만 남아 있다. 그건 다정한 슬픔이고, 내가 계속해서 품고 있는 가장 조용한 진심이다.
가끔은 그 바람이 나를 지나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만 같다. 어쩌면 당신이 떠난 그 방향으로 나도 조금씩 옮겨가고 있는 걸까. 손에 잡히진 않지만, 내 마음은 분명히 당신 쪽을 따라 불고 있다. 이 계절이 아름다울수록 나는 힘듦보다 위로가 더 크길 바래본다. 지나간 것들이 전부 아프지 않길, 그 안에서 자라나는 나를 내가 알아볼 수 있길.
그리고 나는 오늘, 희미해지는 당신의 언어였던 바람을 버스 창문을 닫으며 다시금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