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08.
그는 아들을 흔들어 깨웠다.
"눈 떠봐~"
"으응~ 몇 시야, 아빠?"
"응. 인나. 서울시야~ 서울시~ 얼른 가자!"
아이는 단 꿈에서 깨어난 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아이~ 내가 지금 아빠 코털에 전자파를 심고 있었는데..."
그들은 새벽 4시 40분경 길을 나섰다. 찌릿한 내음, 화려한 바람을 가르며 다시 도로를 달렸다. 어제처럼 흰 사막으로 향했다. 해변가와 후미진 산 옆구리를 지나칠 때마다 찬 공기와 후덥지근한 바람이 선풍기와 에어컨 틀듯 번갈아 교차하고 있었다.
그는 더 달리고 싶었다. 어제 가지 못했던 그 길은 알게 모르게 인식의 경계선, 선택의 한계점이 되었다. 더 달리기 위해 한번쯤 지난 기억을 다시 불러와야 하는. 그래서인지 그곳에 도착하고 보니 심적으로 주저하고 있었다.
인생이 그런 것 같았다. 돌이켜 보면 그때는 툭툭 털고 곧바로 일어설 수 없던 지점이 있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더 다가갈 수도 있었을 시점이 있었다. 주저앉던 그곳에서 '조금 더 다가갔으면' '미친 척하고 한 번 더 밀어붙였으면...' 그러고 싶은 지점이 있었다. 결과론이지만 왜 그때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 아쉽고 이해가 잘 안 가는 지점이기도 했다. 지금이 꼭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다가서기 어려운 기분을 누르고 힘을 내어 더 달려 보기로 했다. 아무 변화가 없다가도 아무렇지도 않게 흰모래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도로 양 옆으로 홍해가 갈라지듯 하야디 하얀 가루가 날개 펼치듯 날아들고 있었다.
"우리 한번 발로 밟아 볼까?"
"그래!"
그가 스쿠터를 도로 한편에 세웠다.
"어때, 기분이?"
"막 꿈꾸는 것 같아. 꿈꾸는 것같이 막 빨려 들어"
"붉은 모래랑은 어때? 달라?"
"응! 너무너무 부드러워"
"다르지? 그지 그지?"
마음속으로 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한번 더...'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래야 그 끝을 알 수가 있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