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07.
"들어가~"
"아이, 어떻게~"
"들어 가래도~"
"수영복도 안 입었는데?"
"야, 여기 누가 본다고 그러냐~"
"너 그 팬티, 그게 수영복처럼 보여. 그리고 여기서 너 아무도 안 봐~ 홀딱 벗고 들어가도 누가 여기서 너 보고 뭐라고 할 사람 없어~ 아무도 안 그래~"
"아이 그래도, 흐흐흑! 어떻게 들어가~"
"괜찮다니까 그러네~, 나 참!"
그는 인적이 드문 방파제 위에서 실랑 아닌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일몰을 보자고 손잡고 나왔다가 눈 앞에 일렁이는 바다가 낯선 이방인을 기다리고 있었고 바다 한 복판엔 팔십은 족히 된 노인이 검정 튜브에 몸을 싣고 있었다. 러닝셔츠 차림의 노인은 튜브 하나에 몸을 달랑 걸치고는 손으로 부지런히 새우잡이 그물을 치고 있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봐선 그가 걷기도 전에 이 일을 시작한 듯했다. 깡마른 체구로 어떻게 저 고된 파도를 이겨 낼까 싶었다.
"아빠, 그러면 있잖아~ 숙소에서 수영복이랑 물안경이랑 가지고 오자"
"야, 그걸 언제 가지고 오냐~ 그냥 들어가~"
"아이, 어떻게 들어가~ 흐흐히히힉!"
하루 일과를 다 마친 태양은 하수구 구멍으로 쏙 빠지듯 몸을 감추고 있었다. 그가 기억하는 일몰은 종종 세시 방향에 육지와 맞닿은 허전한 내포였다. 쓸쓸한 실루엣 풍경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그는 푸른 바다를 전부 잃기 전에 아이가 들어가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아이는 팬티 차림에 나서는 것을 여전히 꺼려하며 숙소에서 이것저것 챙겨 오기를 바랐다. 재작년만 해도 고추를 덜렁 거리며 첨벙첨벙 뛰어들었는데 그 아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사춘기 티를 톡톡히 내렸는지 어색한 수줍음만 온 천하에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주저하는 아들을 밀어 넣기 위해 스스로 웃옷을 벗어야 했다. 먼저 바닷속으로 기어 들어가 몸을 담갔다.
"이야!~아~"
넘실거리는 파도를 참으로 오랜만에 몸으로 입었다. 기분은 상쾌하고 머리는 더없이 쾌적했다. 바닷물은 포근하고 바닥도 부드러웠다. 망설임과 두려움, 귀찮음에 맞서 그 안에 들어서니 평안이 찾아왔다. 직면의 힘이라고나 할까? 그 느낌은 아주 강력했다. 의미가 있었다. 그가 살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내가 살아 있었구나~'
그제야 아들은 나도 모르겠다는 듯이 아빠를 따라 뛰어들어갔다. 두 부자는 마치 목욕탕에 온 듯 온몸을 부풀렸다. 하루 해가 사라지고 버젓이 드러난 캔버스엔 오늘도 저 화가는 어제와 동일한 그림을 그려대진 않을 것 같았다.
'어떻게 저렇게 매일매일 다를 수 있지?'
그는 눈으로 보이는 것에만 마음을 맡기곤 그 생경한 변화를 오래오래 간직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