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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D Jun 07. 2024

첫 차는 중고지

소도시 운전은 제법 낙원

남편 권유로 용기 내어 운전을 해보기로 했다.

현금 천백만 원을 들고 중고차 매매단지에 가서 마음에 드는 차로 바꿨다. 평소 돌아다닐 때마저 사회생활을 하는 기분이 별로라 운전만은 피하고 싶던 와중에 자동차라는 기계는 좋아했다. 내 차다.

새 지역 시민이 되고 한 달은 걸어니기로 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직접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서울에서처럼 두 발로 때우고 싶었다. 그렇게 고용지원센터까지 왕복 두 시간, 병원도 두 시간, 대형 마트도 두 시간 걸어 다니다 피할 수 없는 벽에 부딪혔다. 회사가 없다. 말 그대로 반경 20km 안에 회사가 없다. '이곳에서 삼 보 이상은 운전이다'는 농담이 아니었다. 살려면 운전을 해야 한다. 규칙적으로 흐르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감으로 내릴 역을 의식하고 멍한 눈을 유지한 채 내리는 휴식은 당분간 안녕이다.

운전을 해보기는 했다. 서양도 가게나 음식점이 10km 거리쯤은 되었기 때문에 외국 생활 중에 운전대를 잡은 적이 있다. 여유 있는 운전자들 사이에서 말이다. 다행히 이곳 소도시도 초보 운전자에게 너그러운 편이었다. 어디를 가도 부족하지 않고 대개 넉넉한 주차 공간에 가장 먼저 놀랐다. 외곽 지역으로 나가지 않고도 이 칸 저 칸 바꿔가면서 주차 연습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마음만 먹으면 혼자 있을 수 있는 6차선 도로부터 차가 적당히 다니는 곳까지 도로 주행 연습할 곳도 찾기 쉽다. 운전 시작과 동시에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된 기분으로 한껏 예민한 내게 이 정도면 낙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할 차다. 첫 차는 가성비 높은 중고로 선택한 나 자신을 칭찬한다. 처음에는 '천만 원으로 차를 사?'라고 생각했는데, 상상도 못 한 상황에서 일어난 접촉 사고들을 떠올리면 새 차보다는 중고차가 나을지도 모른다. 칠칠치 못한 주인을 만났어도 어디선가 6만 킬로미터만큼 단련되었을 차라서 새 차보다는 덜 놀라지 않았을까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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