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제니를 통해 깨닫게 되는 것들
작년 강아지 제니가 내 가까운 사람의 인생으로 찾아왔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함께 겪으며 배운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제니는 일반 가정에서 키우던 강아지였는데, 같이 살고 있는 강아지와 자주 싸운다는 이유로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유기견이다.
제니는 재패니즈 스피츠 믹스견으로 하얀 털에 뾰족한 귀, 툭 튀어나온 입이 마치 여우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2017년 9월 나와 내 가까운 지인은 신촌역 6번 출구 앞에서 제니를 처음 만났다. 제니는 고개를 푹 숙이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조심스럽게 눈만 위로 치켜뜬 채 우리를 올려다봤다.
마치 이 세상 모든 존재가 두려운 상처받은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 제니와 처음 대면한 후 여러 감정에 휩싸였다. 저렇게 바들바들 떨고 있는 존재에 대한 안쓰러움과 연민, 앞으로의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감 등이었다.
우리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제니를 안은 채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케이지를 구입해 그곳에 제니를 넣은 다음 2호선 신촌역 지하철에 탑승했다. 바들바들 떨던 제니는 케이지에 들어가 조금 마음이 편안했는지 잠에 들었다.
처음에 제니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제니가 짖지 못하는 강아지인가 생각했다. 또한, 제니는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극도로 불안해했다. 제니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물어뜯고 짖고 대소변을 여기저기 봤다.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약해져서 피부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했다.
모든 면에서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조금 절망적이었다.
그 이후로 내 가까운 지인은 매주 제니를 육아하는 일에 푹 빠져서 지냈다. 매주 산책해주고 놀아주고 미용해주고 자신이 가진 시간의 많은 부분을 제니와 함께했다. 그렇게 10개월이 지났다.
제니는 이제 더 이상 불안해하지도 겁내 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피부병도 다나아서 더이상 괴로워하지도 않는다.
자기가 앉고 싶은 곳에 앉고 눕고 싶은 곳에 눕고 하고 싶은 놀이를 한다. 처음엔 제니가 이렇게 보통의 강아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제니가 이상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받아들여질 곳이 없어서 그렇게라도 분출했던 것 같다. 그때 제니를 혼내거나 다그치지 않고 감싸 안았기 때문에 제니는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마찬가지다. 받아들여질 곳이 없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인정받으려 발버둥을 친다. 근데 그 방법을 몰라서 공격성으로, 우울감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건 그저 강아지 제니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의 친구들도, 직장 동료도, 부모님도 받아들여져야 한다. 단순히 이상하다고 볼 것이 아니라, 상대방 마음의 빈 공간이 어디인지 살펴보고 채워줄 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제니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jennymom_jieun
* 제니는 제가 키우는 강아지가 아니라, 제 가까운 사람이 키우는 강아지입니다. 저는 그저 보조로 돕고 옆에서 지켜보는게 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