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해지는 것과 진심어린 관계에 관하여,
요즘 나에 대한 생각이 부쩍 늘었다. 내가 살아온 방식, 살아갈 방식, 내 주변 사람, 동료들, 친구들, 내 재능,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과거, 현재, 미래, 트라우마, 열등감, 자존감, 사랑, 오래된 관계, 새로운 관계 등과 같은 것들이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스스로 만든 자신의 거품을 걷어내고 나를 마주하는 게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내가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어떤 면이 닮아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감정이 내 안에 있어서 그냥 덮어두게 된다.
꽤 오랜 시간 나 자신에 관해 얕은 직면만이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이렇게 그냥 덮어두고 살기에 내 삶이 가엽게 느껴진다. 하나의 유일한 존재로 태어나서, 스스로 어떤 사람인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다 문득 모든 과거가 부정당하는 짐을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서글퍼진다.
사실 이런 시간이 새삼스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나는 원래 생각이 많은 사람이고 내 존재에 대해 종종 상기하며,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존재에 대해 확신이 없을 때, 나는 내게 진심 어린 마음을 보내주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아무런 대가 없이 내게 지지를 보내주는 사람들, 나의 어떤 면이 드러나더라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 기꺼이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사람들, 내게 어떤 기대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평안함을 바라주는 사람들, 내게 온 어려움에 관해 별거 아니라고 자신감을 주는 사람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단단한 사람으로 만든다. 인간은 자아실현을 위해 살아간다. 자아실현은 온전한 나, 주체적인 나, 세상의 태어난 이유를 깨닫고 그걸 연료 삼아 살아가는 나, 목표하고 노력하고 성취하는 나 그리고 누군가와 진심 어린 관계 안에서 살아있음을 깨닫는 나 같은 것들이다.
나 자신을 온전하게 만드는 과정이 결코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인간은 본질 자체가 연약해서 한껏 어려운 목표를 갖고 노력하며 살다 가도 알량한 의심과 시련에 쉽게 무너진다.
그런 상황에서는 내가 나를 온전하게 바라볼 수 없고 내 본질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때 진심 어린 관계가 나를 바로 설 수 있게 한다. 대가 없이 받는 사랑과 지지, 나도 상대방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들이 나를 다시 본래의 궤도로 돌아오게 한다. 다시 또 한발자국 내딛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진심 어린 관계는 삶의 일부분이다. 그런 관계가 몇 명만 있어도 세상은 살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