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데이터는 말하지 않는 것 '그로스 해킹'의 맹점

by DataSopher

“전환율 30% 올렸습니다. 그런데 팀은 번아웃됐습니다.”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며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숫자가 내 전략을 증명해줄 때였습니다.


상위 5% 고객에게 집중해

정교하게 리타겟팅 콘텐츠를 기획하고

고객 여정을 개인화하고

전환율은 눈에 띄게 상승했습니다.


그로스 해킹의 정석이죠.

적은 비용, 짧은 시간, 집중 전략.


그런데 그 캠페인 이후의 팀 회의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고객센터 응대량이 평소보다 2배 많아졌어요.”

“CS팀에선 이번 프로모션이 다시는 없길 바란다고 하네요.”


성과는 명확했지만 피로도 역시 명확했습니다.




‘숫자’는 결과만 보여주고 ‘비용’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로스 해킹은 본질적으로 실험입니다.

A/B 테스트, 퍼널 최적화, 고객 세그먼트 재설계

우리는 데이터로 빠르게 결과를 확인하고 다음 액션을 정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늘 ‘숫자로 포착되지 않는 피로’가 숨어 있습니다.


- 고객센터의 감정노동

- 개발팀의 야근

- 매장 직원들의 반복되는 과중업무


데이터 대시보드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의 표정엔 분명하게 남습니다.




"ROI를 올렸습니다"라는 말 뒤에 숨은 것


ROI는 숫자지만 브랜드는 감정입니다.


사람은 기계처럼 반응하지 않습니다.


불편했던 문의 경험,

무례하게 느껴졌던 응대 한 줄,

그리고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충성 고객이었던 사람도 조용히 떠납니다.


지표는 몇 달 후에 하락하고

그 원인을 찾아내는 건 이미 늦은 일입니다.




지속 가능한 CX를 위한 분석가의 질문


분석가는 숫자를 통해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진짜 좋은 분석가는 숫자에 없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 이 전략은 우리 조직에 어떤 감정 비용을 발생시켰는가?

- 이 고객 경험은 어떤 내부 자원을 소모했는가?

- 반복할 수 있는 전략인가 아니면 일회성 퍼포먼스인가?


숫자 중심 전략은 단기 성과엔 강하지만

지속가능한 관계를 만들려면 '감정'이라는 변수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감정은 데이터화할 수 없는가?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볼 수도 있습니다.


“감정은 데이터로 만들 수 없을까?”


최근에는 ‘정성 데이터 분석(qualitative analysis)’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 NPS 코멘트의 감성 분석

- 고객 불만의 키워드 트래킹

- CS 채널에서 반복되는 문의 패턴


이 모든 것은 ‘숫자 바깥의 인사이트’를 복원해줍니다.

그 안에는 반드시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숫자는 가리키고 사람은 이해한다


분석가로서 우리가 추구하는 건 ‘정확함’이 아닙니다.

그보단 ‘정직한 해석’입니다.


숫자가 보여주지 않는 감정,

데이터에 없는 피로,

그리고 성과 뒤에 남겨진 사람들.


그들이 지닌 목소리를 분석의 세계로 가져올 수 있다면

그것이 진짜로 ‘지속 가능한 전략’이 아닐까요?




"데이터는 목적지가 아니라 나침반이다.
방향은 결국 사람이 정한다."



3편에서는 그 질문의 연장선에서 ‘고객 경험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직원의 표정이 브랜드가 되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속가능한브랜드 #감정의가치 #데이터의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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