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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Feb 19. 2020

우물 안 개구리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오늘로 꼭 한 달하고 나흘이 지난 것 같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극히 단순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글을 써오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요즈음에는 솔직히 말해서 글이 잘 팔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똑같은 심정이리라. 자신만이 보기 위한 비밀 일기가 아닌 이상 그 누군가가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힘든 작업이 아니던가.   

         

그런데 요즈음은 그게 아니다. 아무리 쓰고 또 써도 읽어주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마치 가뭄에 콩이 나오듯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요즈음의 현실이 아닌가 생각헤 보게 한다. 물론 글솜씨가 그다지 뛰어나지 못한 것이 그 중에 크게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나 자신이 인정하고 있는 일이긴 하지만…….  

    

그러기에 앞으로는 무작정 글만 쓸 게 아니라 어딘가에 글을 올려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읽어보기를 바라는 기대를 가지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게 된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느 잡지에 3년간 연재를 하게 된 행운을 누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갈 곳이 없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한때는 글을 쓰기가 무섭게, 아니 글을 쓰기도 전에 서로 글을 달라는 곳도 많았고, 글을 쓰기도 전에 미리 고료를 통장에 넣어주는 곳도 있어서 그런대로 글을 쓰는 일에 대한 욕망도 왕성하였고 신바람도 났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럼 지금은 왜 이렇게 내 글의 인기가 없어졌을까. 차츰 나이를 먹어가면서 과거보다 글솜씨가 떨어지고 무디어져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 물론 그런 원인도 전혀 없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언제부터인가는 아무리 잘 쓴 글이든 그렇지 못한 글이든 읽어주지 않기는 거기서 거기였다. 그리고 책을 구입해서 읽어보는 독자도 과거보다 현저하게 줄어든 게 원인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한다.    

   

“요즈음 누가 책을 읽어요. 휴대폰이 있는데…”     


 그렇다. 그게 맞는 말인 것 같다. 요즈음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그리고 각종 인터넷 매체로 인해  종이로 된 책을 읽는 독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한다.  


독자들에게 아예 책을 읽을 기회를 주지 않으니 읽어볼 기회가 있겠는가.       

   

내가 그동안 주로 써오고 있는 창작동화는 더욱더 그런 것 같다.      

전에는 어린이 잡지들마다 앞을 다투어 동화를 싣기에 열을 올렸던 시절도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대부분의 월간 성인잡지사에서도 자주 동화를 실어주고 있어서 그런대로 몹시 분주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요즈음에는 성인지는 고사하고 어린이 잡지에도 슬그머니 동화를 싣는 난이 모두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난 이제 갈 곳이 없어졌다. 

마치 길잃은 철새가 아니면 하루아침에 고아라도 된 것 같은 허전하고 씁쓸한 기분을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러기에 이제 와서는 신춘문예 당선 작가라는 영예(?)로운 호칭도 아무 소용이 없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 세상이 온 것 같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약 한 달 전, 더 정확히 말하자면 1월 초순 경에 뜻밖에도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라는 제도가 있다는 정보를 뒤늦게야 알게 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렇게 좋은 제도가 있었던 걸 그동안 모르고 살아왔다니 스스로 생각해 봐도 세상 정보에 너무나 어두운 형광등이 따로 없다. 아니 속된 말로 소식이 꽉 막힌 깡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난 그 반갑고 기쁜 소식을 듣기가 무섭게 뒤늦게나마 서둘러 브런치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그런지 오늘로 꼭 한 달하고도 나흘!     


여기서 긴 넋두리는 끝내고 내가 브런치에 들어온 지 꼭 한 달 나흘 만에 이제부터 나의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 해볼까 한다.        


처음엔 멋도 모르고 들어온 브런치, 난 내 글이 그런대로 중간은 가리라는 헛된 망상으로 마구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가끔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읽어볼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나 역시 적어도 50여 년이란 오랜 세월 나름대로 글을 써왔다. 그래서 약간의 알량한 자부심도 아직은 살아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나 혼자만의 알량하고 헛된 자부심이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날짜가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보면서 곧 절실하게 느끼고 깨닫게 되었다. 

      

글을 읽어보면 읽어볼수록 어찌나 그리도 맛깔스럽고 감칠맛 나게 잘들 쓰시든지!     

  

게다가 나처럼 깊이가 얕고 내용도 희바간 말장난으로 그치는 글이 아니었다. 하나같이 전문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글이요, 문장력으로 보나 글의 구성으로 보아 어찌나 그리 매끈하고 잘 읽혀지는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인지 그저 놀라움에 입이 저절로 딱 벌어질 지경이었다. 


하나하나가 반짝반짝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한 빛을 발휘하는 글들이었다. 더 배우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그러기에 한마디로 말해서 모두가 나의 글의 스승이요, 사부님들이었다.     

 

지금까지 난 스스로 이보다 더 넓은 세상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동안 바깥세상에서 활개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브런치에 들어와 보니 그게 아니었다. 브런치가 바로 드넓은 바깥 세상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내가 몸담고 있던 바깥 세상은 거기가 바깥이 아니라 캄캄한 우물 안이었음을 이제와서야 겨우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몸담고 지내던 세상이 천당인 줄 알았더니 브런치가 펼쳐지는 세상이 바로 드넓은 바깥 세상이요, 나만의 안식처였다.  


다시 말해서 난 지금까지 우물 안 개구리요, 바깥 세상에 눈이 어두운 형광등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세상 물정 모르고 범 무서운 줄 몰랐던 하룻강아지에 불과한 존재였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고 내 글솜씨가 여기까지인 걸 이제 와서 어찌하랴.      

그저 눈이 부실 정도로 글을 잘 쓰는 브런치 작가님들 앞에서 쑥스럽고 부끄러운 마음 그지없다. 

그러기에 앞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작가님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으며 열심히 써보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배움은 끝이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난 오늘도 처음부터 다시 배우겠다는 조심스러운 심정으로 보잘것없는 글들을 올려보고 있다.      


왜 내가 진즉에 ‘브런치’라는 이 드넓은 세상을 몰랐을까!    


난 지금 몹시 행복하고 즐겁다. 그나마 글을 써서 올려볼 수 있는 브런치 덕분이다. 

어설픈 글이나마 글을 올리고 나면 여지없이 몇몇 분들이 그 알량한 글을 읽고 라이킷을 달아주신다. 

그때마다 어찌나 고마운지 모를 일이다.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큰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앞으로 부디 브런치 작가님들의 많은 지도 조언을 감히 부탁드리며 이만 두서없이 부끄러운 넋두리를 마칠가 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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