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너희들은 아직 모른단다

[단편 창작동화] - KBS TV에서 인형극으로 방영 -

by 겨울나무

추운 겨울이 지나고 어느새 따뜻한 봄이 돌아왔습니다.

아주머니는 겨우내 꼭꼭 닫아두었던 닭장 문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겨우내 갇혀 있느라고 몹시 답답했지? 이제 날씨도 제법 풀렸으니까 밖에 나가서 실컷 놀다가 오렴.”

“얏호--- 신난다!”


그러자 닭장 속에 갇혀 있던 어미닭과 아기 병아리들은 신바람이 나서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여보, 그럼 우리 아기들을 데리고 나가서 바람도 쐴 겸 밖에 나가 마음껏 놀다가 오는 게 어때요?”


엄마 닭이 활짝 밝아진 얼굴로 아빠 닭을 향해 물었습니다.


“글쎄, 그거 나야 좋긴 하지만 그러다가 혹시 아기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아빠 닭이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어 대답하였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아기들이 벌써 저렇게 컸는걸요. 그리고 우리 아기들은 워낙 건강해서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아닌 게 아니라 다섯 마리의 병아리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더니 얼른 보기에도 그 누구 못지않게 건강해 보였습니다.


”아빠, 우리들 걱정은 아예 붙들어 매시고 어서 밖으로 나가요, 네?”

”그렇게 하세요. 빨리 나가고 싶어요. 아빠, 부탁이에요.”


아기 병아리들은 아빠 닭의 소매를 붙잡고 흔들며 어서 나가자고 성화를 부렸습니다.


”오냐, 오냐. 이 녀석들 말하는 것 좀 봐라. 그런 슬슬 나가볼까?”


엄마 닭과 아빠 닭은 마침내 아기 병아리들을 데리고 난생처음 바깥나들이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푸드득--- 퍼더덕---.”


밖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엄마닭과 아빠닭은 갑자기 겨우내 잔뜩 움츠렸던 날개에 힘을 주는가 했더니 힘껏 활개를 쳤습니다. 그 바람에 땅에 쌓였던 흙먼지와 검불들이 마치 연기처럼 뿌옇게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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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병아리들은 난생처음으로 구경하는 바깥세상이 그토록 신바람이 나고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넓은 들판,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산, 그리고 맑고 신선한 공기와 드넓게 펼쳐진 하늘…….

아기병아리들의 입에서는 저마다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까지 흘러나왔습니다. 그렇게 신나게 산책을 하는 동안 이윽고 마을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들판까지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구구--- 구구우---. 애들아, 어서 이리들 와서 이 맛있는 걸 먹어 보렴.”


마침내 볏짚가리 옆을 지나가던 아빠닭이 벼이삭 하나를 발견하고는 큰소리로 아기병아리들을 불렀습니다. 아빠가 부르는 소리에 아기병아리들은 앞을 다투어 아빠닭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맨 먼저 달려온 아기병아리가 막 벼이삭을 쪼아 먹으려던 순간이었습니다.


“짹짹짹---. 우와 고거 참 맛이 있게 생겼는걸!”


갑자기 어디선가 참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이제 막 아기병아리가 쪼아먹으려던 벼이삭을 순식간에 물고는 번개처럼 날아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쯧쯧쯧……. 저런 얌체 같은 참새 같으니라구.”


아빠닭과 엄마닭은 금방 원망스러운 눈빛이 되어 하늘 저 멀리 날아가고 있는 참새를 향해 눈을 흘겼습니다. 그러자 바짝 약이 오른 아기병아리가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저런 못된 놈을 그냥 보고만 있어? 아빠가 빨리 날아가서 빼앗아 오면 되잖아?”

“시시하게 그까짓 벼이삭 하나를 빼앗으려고 그럴 것까지 뭐 있니? 또 찾아보면 벼이삭은 얼마든지 많단다.”


아빠닭은 별 것 아니라는 듯 이렇게 대답하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먹잇감을 열심히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구구--- 구구우---. 얘들아! 여기 벼이삭보다 더 맛있는 지렁이가 있구나. 빨리 좀 와보렴.”


이번에는 두엄더미를 열심히 파헤치고 있던 엄마닭이 급한 목소리로 아기병아리들을 불렀습니다. 그 소리를 듣기가 무섭게 아기병아리들이 엄마닭을 향해 쪼르르 달려갔습니다.


“깟깟깟---. 헤헤……. 지렁이라구? 이게 웬 떡이지? 그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란 말이야.”


이번에는 다시 난 데 없이 까치 한 마리가 급히 날아오더니 지렁이를 한 입에 냉큼 삼켜버리고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런 못된 놈의 까치 같으니라고.”


엄마닭은 약이 바짝 오른 표정으로 멀리 날아가고 있는 까치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자 아기병아리가 몹시 분하다는 듯 엄마닭을 향해 톡 쏘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엄마, 이번에도 저 못된 까치를 그냥 보고만 있을 거예요? 어서 쫓아가서 당장 혼쭐을 내주세요, 네??

“아니다. 그까짓 지렁이 한 마리를 가지고 뭘 그러니. 지렁이를 다시 찾으면 될 일을 가지고.”


엄마닭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조금 전의 아빠닭처럼 이렇게 대꾸하고는 다시 먹이를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아기병아리들은 엄마닭과 아빠닭의 그런 태도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못해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아기병아리들은 엄마닭과 아빠닭이 듣지 못하는 곳에 다다르자 저희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얘들아,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엄마와 아빠의 태도가 참 이상하지 않니?”

“뭐가 이상해?”

“아마 우리 엄마와 아빠는 다른 새들처럼 공중으로 날지를 못하나 봐.”

“그건 아닐 거야. 마음씨가 워낙 착하셔서 다른 새들과 싸우기가 싫어서 그러실 거야.”

“아무리 마음씨가 착해도 그렇지. 번번이 먹이를 빼앗기면서도 그냥 가만히 있을 수가 있니? 틀림없이 내 말이 맞을 거야.”


그러나 아기병아리들은 정말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용기를 내어 아빠와 엄마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이번에는 어느 연못가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눈치만 살피며 뜸을 들이고 있던 아기병아리들 중의 하나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엄마와 아빠를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 어서 말해 보렴.”

“엄마나 아빠도 다른 새들처럼 하늘 높이 날아다닐 수 있어요?”


아기병아리가 묻는 말을 들은 엄마닭은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 말에 놀란 것은 아빠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잠시 망설이고 있던 엄마닭이 약간 더듬거리며 자신 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아암, 날을 수 있고말고. 다른 새들보다 이렇게 더 크고 튼튼한 날개를 가지고 있는데 왜 날지를 못하겠니?”


엄마닭의 자신감에 넘친 대답 소리를 들은 아기병아리들의 눈빛은 너무나 기분이 좋은 나머지 금방 샛별처럼 반짝반짝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아, 그렇구나! 그럼 지금 당장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한 번 힘차게 날아보실 수 있어요? 바로 이 자리에서 연못 저 건너편까지라도 말이에요.”


아기병아리의 말에 아빠닭과 엄마닭은 금방 울상이 된 채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기병아리들은 지금 엄마닭과 아빠닭의 아픈 심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기병아리들은 지금 엄마와 아빠의 속마음을 너무나도 몰라줍니다. 오직 그 어느 부모 못지않게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부모 밑에서 자라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해주고 싶은 것이 엄마와 아빠의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해서라도 자식들의 기만은 꺾이지 않게 하고 싶은 것이 엄마와 아빠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아기병아리들을 더 이상 속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두려울 게 없는 일이었습니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아빠닭이 드디어 무거운 입을 열었습니다.


“자, 그럼 아빠가 힘껏 날아볼 테니 잘들 보렴.”


간단한 준비운동을 마친 아빠닭은 온 힘을 다해 힘차게 날갯짓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곧 연못을 향해 힘껏 달려가다가 마침내 푸드덕 소리를 내며 힘차게 날아올랐습니다.

아기병아리들은 연못 위 공중을 힘껏 날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늠름하고 자랑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리고는 곧 신바람이 나서 일제히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우와--- 우리 아빠 정말 잘 날아간다!”

“우리 아빠 최고!”


그러나 그 순간, 엄마닭의 표정은 삽시간에 어두워지면서 마치 사시나무 떨 듯 부들부들 공포로 떨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큰일이 벌어지고야 말 것이라는 것을 뻔히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풍덩! 어푸푸---.”

아니나 다를까. 한동안 기를 쓰고 연못 물 위를 날아가고 있던 아빠닭이 마침내 곤두박질을 하면서 깊은 물로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순간, 아기병아리들은 새파랗게 질린 겁먹은 표정이 되어 엄마닭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왜 갑자기 물에 빠지신 거야? 저러다가 큰일 나는 거 아니야?”

“글쎄다. 아마 아빠가 갑자기 어딘가에 쥐가 난 모양이구나. 저렇게 쉽게 물에 빠지실 리가 없는데…….”

엄마닭 역시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이렇게 대꾸하고는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연못물이 얕아 물에 빠진 아빠닭의 몸은 온통 개흙으로 범벅이 된 채 겨우 밖으로 엉금엉금 걸어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아직 너희들은 모른단다. 엄마와 아빠가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이렇게 혼자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는 엄마의 눈에서는 정말 이만만 해도 불행 중 다행이라는 듯 기쁨의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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