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두이숙
[ 엄마가 직접 재미있게 지도하기 쉬운]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시절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꽤 오래전의 이야기이다.
그때 여러 모로 부족한 사람이었지만 어쩌다 운이 좋았던지 가끔 전국적으로 개최되는 초중고등학교 학생 백일장과 글짓기 대회에 심사를 맡아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또한, 해마다 서울의 몇몇 사립초등학교에서는 방학 때마다 외부인들을 초청해서 어린이들의 글짓기 지도를 부탁하는 행사가 유행처럼 번지던 때가 있었다.
이제 생각해 보니 그 당시 난 분명히 운이 좋았던가 보다. 어린이들의 글짓기 지도는 물론이고, 대교(지금의 눈높이)와 동아문화센터, 국립중앙도서관에서의 전문독서지도사 양성 강의, 미세스키 신입사원 연수강의 등 한 군데도 아니고 여러 곳의 강의를 나가며 동분서주했던 마치 꿈만 같던 시절이 있었으니…….
그런데 어린이들의 백일장이나 학원 등에는 그때마다 으레 바늘 가는 데 실이 따라가듯 글에 관심 있는 어머니들이 대부분 같이 동행을 해서 따라오곤 하였다.
그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어머니들은 가끔 심심치 않게 사뭇 심각한 표정이 되어 내게 질문을 해오곤 하였다. 그 모두가 어린이들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들의 질문을 들어보면 내가 생각하기에는 언제 어딜 가나 판에 박은 듯 똑같은 질문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때 어머니들이 질문했던 내용을 다시 가만히 떠올려 보면 대략 다음과 같았다.
① 우리 아이는 새로 일기장을 사주면 처음엔 좀 길게 쓰거든요. 그러다가 며칠만 지나면 겨우 한두 줄만 쓰면 그만이에요. 더 이상 쓸 게 없다는 거예요. 일기를 길게 쓸 수 있게 하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② 우리 아이는 글짓기라면 아주 머리를 흔들 정도로 싫어하거든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예 글짓기에 소질이 없거나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요?
③ 독후감이나 기행문을 잘 쓸 수 있게 해 주세요. 학교에서 독후감 같은 숙제를 내줄 때마다 대신 써달라고 떼를 쓰는 바람에 아주 귀찮아 죽을 지경이에요.
난 그때마다 어떤 답변을 드려야 할지 몰라 답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오죽 답답하면 그런 질문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질문만 계속 하고 있는 어머니들이 오히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난 팽두이숙(烹頭耳熟)이란 사자성어가 불쑥 고개를 들며 떠오르곤 하였던 게 사실이다.
‘팽두이숙(烹頭耳熟)’란 말은 내가 좋아하는 사자성어의 하나이기도 하다.
사전을 보면 ‘머리를 삶으면 귀는 저절로 익는다’는 뜻으로 중요한 일이 잘 풀리면 나머지 일은 따라서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난 어머님들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런 답변을 해드리곤 하였다.
여기서 머리라고 하는 것은 바로 기본적인 문장력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문장력을 기르고 나면 그 나머지 즉, 일기, 독후감, 기행문, 독서감상문 등은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이다.
‘아직 머리를 삶지도 못한 상태인데 어떻게 귀나 코부터 익을 수 있기를 바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대답한 말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백번 옳은 명답이 아닐 수 없다.
어머니들의 소망대로 일기나 독후감, 그리고 논설문 등의 글을 자신감을 가지고 잘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우선 기본 문장력부터 길러주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이다. 그건 정말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본적인 문장력을 길러주지 못한 상태에서는 그 어떤 종류의 글도 제대로 쓰기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러기에 그런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바로 기본적인 문장력부터 길러주는 일이라 하겠다. 그것만이 어머니들이 질문했던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는 것을 강조해서 말씀드리곤 하였다.
그러나 ‘부뚜막의 소금도 넣어야 짜다’고 하였다. 그리고 ‘물을 먹이기 위해 소를 물가까지는 끌고 갈 수 있어도 소가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옛말도 있다. 아무리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훌륭한 지도 방법이 있다 해도 배우는 어린이가 싫어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선 지도자의 지도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똑같은 곡을 아마추어와 프로 피아니스트가 연주했을 때 그 감동은 현저하게 다르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서 같은 내용을 가르친다 해도 그 지도 방법에 따라 배우는 학생들이 받아들일 때 우선 재미가 있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테크닉이 따라 어린이들의 반응은 현저히 다르게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글짓기의 성패는 그것을 배우는 시간이 우선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시간을 좋아할 수도 있고, 또한 그와는 반대로 아주 싫어하고 외면을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글짓기는 지루한 시간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흥미유발을 위해 문답을 통해서, 그리 흥미로운 노작 활동을 통한 흥미 위주의 지도가 우선되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쓸데없는 사족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령, 어느 날, 누가 억지로 시키지도 않은 방 청소를 스스로 열심히 하고 있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때 똑같은 방 청소이지만, 누가 야단을 치며 시켜서 마지못해서 할 때와 스스로 청소를 해서 칭찬을 받게 될 때의 그 느낌은 천지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기에 무슨 일이든 자신이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일은 전혀 힘도 들지 않고 또한 능률도 오르며 기분도 상쾌한 것이 아닐까요?
그러기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선 지도자의 지도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같은 것을 가르치더라고 지도 방법이 배우는 학생들이 받아들일 때 우선 재미가 있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글짓기를 배우는 시간이 우선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시간을 좋아할 수도 있고, 또한 그와는 반대로 아주 싫어하고 외면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강조해서 말씀드리자면, 글짓기를 지도하는 지도자의 재치와 기교에 따라 글짓기 교육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기에 또한 노작 활동을 통한 흥미 위주의 수업이 우선되어야 장차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라 하겠다.
가령, 어떤 어린이가 누가 시키지도 전에 스스로 방 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똑같은 방 청소이지만, 누가 야단을 치며 시켜서 마지못해서 할 때와 스스로 청소를 해서 칭찬을 받게 될 때의 그 느낌은 천지 차이라고 하겠다. 그러기에 글짓기 역시 자신이 재미를 붙이고 흥미롭게 자발적으로 공부를 한다면 전혀 힘도 들지 않고 또한 문장력도 덩달아 오르게 되는 것이다.
팽두이숙!
다시 말하자면, 어린이들이 일기나 독후감, 그리고 기행문과 논설문 등의 글을 잘 쓰기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선 기본적인 문장력부터 흥미를 가지고 차근차근 배울 수 있도록 그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급선무라 하겠다.
머리(기본적인 문장력)도 삶기 전에 어찌 귀(일기, 독후감, 기행문, 논설문 등)부터 먼저 익기를 바랄 수 있다는 말인가.
어찌 보면 그것은 우리 속담에 '돼지 꼬리 붙잡고 손댓국부터 찾는 일' 그리고 '우물가에 가서 숭늉부터 찾는 어리석음'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일이라 하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