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할아버지와 아기별

by 겨울나무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겨울답지 않은 푸근한 날씨가 오랫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입동이 지나자 잎이 떨어진 성급한 개나리 나무에서는 벌써부터 달콤한 물이 오르면서 노란 꽃망울이 하나 둘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가을이 가자, 겨울을 거치지 않고 바로 봄이 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렇게 따뜻한 겨울 날씨가 할아버지에겐 무척 고마운 게 아니었습니다. 비록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신세를 지고 있이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지낼만 했습니다.


“헛허음— 사람들의 인심보다는 훨씬 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날씨로군!"

할아버지는 혼잣말로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자리에 벌렁 누워버렸습니다. 아무리 푸근한 날씨라고는 하지만, 겨울 날씨여서 여전히 추웠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는 다 낡고 해진 담요를 머리 위까지 푹 뒤집어썼습니다. 추위를 견딜 수 없을 정도여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때 마침 눈에 거슬리는 한 떼의 멋쟁이 아가씨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가씨들의 인정머리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아가씨들의 목소리가 뚫어진 담요 구멍을 통해 할아버지의 귀를 찔러대고 있었습니다.


“아니, 저 거지 할아버지는 올 겨울에도 여기서 지내려나보지?”

“흥, 그럼 별 수 있니? 다리까지 못 쓰는 병신인데 가면 어딜 가겠니.”


겉보기에는 제법 그럴싸한 멋쟁이 아가씨들이었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소리를 들어보면 금방이라도 정이 떨어질 지경이었습니다.


“그나마 날씨가 좀 따뜻하길래 망정이지, 저 다 해진 담요 한 장에다 시멘트 바닥, 으이구, 팔자도 참 더럽기도 해라.”


할아버지는 그만 질겁을 해서 두 귀를 꼭 막아버리면서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아마 내일도 그럴 것입니다. 행인들마다 할아버지에게 건네는 말도 그렇지만, 뱀처럼 차갑고 싸늘한 표정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인심이 메마르고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따뜻한 말, 한 마디는커녕, 늘 비웃을 줄만 아는 그런 사람들의 속마음이 할아버지에겐 너무 서운하고 못마땅하고 괘씸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니 그보다는 동정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이 인정이 바짝 메말라버린 이 세상을 생각하니 더없이 슬프기 그지없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귀를 꼬옥 막은 채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팠습니다.


“애애애앵~~~ 얘애애앵~~~”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때 갑자기 요란하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할아버지는 막았던 귀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어느새 밤 12시 통행금지 시간이 된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오랜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얼굴에 덮인 담요를 얼른 젖혀버렸습니다. 아까 낮보다는 날씨가 훨씬 쌀쌀해졌습니다.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시장 골목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소리도 모두 자취를 감춰 버리고, 그처럼 하주 종일 왁자껄하던 골목이 딴 세상처럼 조용해지고 말았습니다.

할아버지는 통행금지 시간을 그나마 제일 좋아합니다. 인정머리라고는 전혀 없는 꼴 보기 싫은 행인들의 모습이나 그들의 비웃은 소리들이 들려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말 세상 사람들 그 모두가 할아버지에겐 보기 싫은 존재가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눈에 띄는 것, 귀에 들리는 것 하나 하나가 모두 귀찮고 지겹게만 느껴졌습니다. 어떤 때는 할아버지의 몸을 감싸고 있는 공기마저도 이 세상의 더러운 때가 잔쯕 묻어있는 것만 같아 더럽고 구질구질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에이, 더러운 놈의 세상 같으니라구! 그래도 언젠가는 좋은 날은 오고야 말겠지!”


할아버지가 이번에는 다시 긴 한숨을 쉬면서 하늘을 우러러 바라봅니다. 밤하늘에서는 수많은 별들이 영롱한 빛을 이 세상에 골고루 뿌리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눈에는 금방 이슬이 맺힙니다.


밤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보니 이 세상과는 아주 딴판으로 달라 보입니다. 모두 환하게 웃는 낯으로 밝게 반짝이고만 있을 뿐, 사람들처럼 아귀다툼을 하며 싸우지도 않습니다. 할아버지는 금방이라도 하늘에 올라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그리고는 별들과 티없이 맑고 고운 대화를 마음껏 나누고 싶어집니다. 별들도 그런 할아버지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아까보다 더 아름답게 반짝이며 할아버지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제 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눈을 비비고 일어나기가 무섭게 그들은 먹고살기 위한 싸움을 하기 위해 이 시장골목으로 모여들곤 합니다. 그런 싸움을 하는 것은 장사꾼들만이 아닙니다. 서로 처마를 맞대고 살아가는 이웃끼리도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웃집 대문 앞에 몰래 쓰레기를 버렸다고 매일같이 벌어지는 쓰레기 싸움, 서로 자신만이 잘나도 똑똑하다고 벌어지는 싸움, 자기가 하나라도 더 먹어야 되겠다고 서로 아귀다툼을 밥먹듯 하는 시끄러운 싸움 등등, 사람들은 이런 싸움들을 매일 밥 먹듯이 벌이곤 합니다. 아마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직성이 풀리고 후련해지는 모양입니다.


걸 보기엔 멀쩡해도 속은 썩을 대로 썩어버린 사람들, 매일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마주치면서 지내면서도 따뜻한 인사 한 마디 건넬 줄 모르는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 자기만이 가장 착하고 얌전한 체는 다하면서도 나쁜 일은 도맡아 하는 사람들, 남이야 어쨌든 자기 혼자만 잘 살면 된다는 욕심이 많은 사람들, 그야말로 속고 속이고, 헐뜯고 주먹을 휘두르는 아수라장 같은 속에서 사람들은 그날그날을 그렇게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삭막하면서도 정이 떨어지는 세상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셰상 사람들 모두가 매일 살얼음판 위에서 언제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르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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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여전히 밤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깊은 수심에 잠깁니다. 총총히 떠서 빛나는 별들은 마치 할아버지가 옛날에 정답게 지내던 이웃들의 모습처럼 인정이 후해 보입니다. 별들의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다정한 사람들끼리 둘러앉아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소곤거리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쌔애앵~~~ 쌔애앵~~~”


밤이 깊어지면서 거센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할아버지는 몸을 바싹 옹크린 채 잠을 청해 보지만, 좀처럼 잠이 쉽게 오지 않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따라 추운 겨울 추위가 올 모양인지 땅바닥이며 위 사방에서 얼음장 같은 냉기가 자꾸만 스며들어오면서 할아버지의 몸도 차츰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몸을 덜덜 떨면서 추위를 이겨보려고 이를 악물고 애를 씁니다. 밤하늘의 별들도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면서 여전히 소곤거리며 무슨 말을 주고 받기만 합니다. 별들의 그 소곤거림은 너무나 조용해서 이 땅 위에서는 좀처럼 알아듣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얘, 잠깐 조용히 해봐! 할아버지가 몹시 추워하시나 봐.”


지금까지 친구들을 모아놓고 한창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하고 있던 아기별들 중의 하나가 갑자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소곤거렸습니다. 그 소리에 그만 이야기에 한창 정신이 팔려있던 친구별들의 눈이 모두 동그랗게 되고 말았습니다.


“어디?"

“어디?


“저기 저 아래 시장 골목에 처마 밑에 말이야.”

“으응, 그렇구나. 그래, 보인다, 보여.”


“으응, 나두 보이는걸.”

“이렇게 추운 날씨에 그냥 저대로 주무시다가는 아무래도 큰일이 나고 말겠어."


아기별들의 재미있는 이야기 소리는 쏙 들어가고 모두가 금방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버렸습니다.


”누가 하룻밤만이라도 따뜻한 방에서 재워 드리면 참 좋겠는데!"

“피이, 어림도 없는 소리! 그건 벌써 옛날이야기란 말이야. 그런 사람이 있다면 할아버지가 저 고생을 하시겠니?”


“사람들은 왜 그렇게 점점 인심이 쌀쌀해지고 인정이 없는 걸까?”

“글쎄 말이야, 그나저나 정말 너무들 한다니까.”


“그나저나 이대로 있다간 결국 큰일이 나고야 말겠는걸.”


아기별들의 근심과 걱정은 더욱 쌓여만 가고 있었습니다. 밤은 점점 깊어만 갑니다. 그러나 시간은 자꾸 흐르고 있었지만, 할아버지를 도울 수 있는 신통한 방법은 좀처럼 떠오르지를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아기별들 중의 하나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갑자기 무릎을 치면서 소리쳤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내가 직접 할아버지를 만나 뵙고 와야 되겠어.”


그 말을 들은 아기별들의 눈이 동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네가 무작정 내려가서 어떻게 하려고?”

"어떻게 하는 건 나중이고 도와드릴 수 있는 데까지 도와 드리다 오는 수밖에…….”


“아하, 그게 좋겠구나!”

“그럼 나도 같이 갔다가 와야지.”


“넌 안돼.”

“왜 안 되는데?”


“넌 몸이 약해서 거기까지 내려갔다가 오는 건 무리란 말이야.”

“그럼 넌 얼마나 건강하고 튼튼해서?”


아기별들은 금방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비록 남을 도울 수는 없을망정 도와주려는 따뜻한 마음씨나마 지구 위에는 얼마든지 필요한 것입니다. 할아버지를 돕는 일에 서로 자기가 가야 된다고 우기는 바람에 아가별들은 마침내 큰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방귀가 심하면 똥이 된다더니 아기별들의 말다툼은 차츰 주먹 싸움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서로 밀고 치고 때리고 할퀴는 싸움이 오랫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누군가는 부서지거나 반 동강이 나고야 말 것 같은 무서운 싸움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흔히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나만 살아보겠다고 남을 쉽게 쓰러뜨리거나 죽이기도 하는 그런 싸움과는 전혀 그 성격이 다른 싸움이었습니다.


“앗, 으아악~~~!”


마침내 아기별들의 무서운 싸움은 결국 그들 중에 하나를 부서뜨리고야 말았습니다. 부서진 아가 별들의 조각은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지구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유성이 되어 할아버지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아직도 잠 못 이루는 할아버지의 귓가에 할아버지를 부르는 아기별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옵니다. 할아버지는 문득 담요를 젖히고 밖을 내다봅니다. 밤하늘의 별들만이 여전히 아름답게 반짝일 뿐, 시장골목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할아버지!”


다시 할아버지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할아버지는 반가움에 못 이겨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오! 바로 너였구나! 그런데 어떻게 네가 여길……? 그래. 밤바람이 매우 차니 우선 이 안으로 들어오려므나.”


아기별은 마침내 할아버지의 담요 속으로 쑥 들어가더니 할아버지의 품에 안기고 말았습니다. . 할아버지는 아기별을 으스러지도록 꼬옥 껴안았습니다. 둘이 한동안 의지하다 보니 할아버지의 언 몸이 차츰 따뜻하게 풀리기 시작합니다. 몸 뿐이 아니라, 오랫동안 굳게 닫혔던 마음속도 후련히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날씨는 더욱더 추워지고 있었습니다. 아기별이 다시 고움 목소리로 입을 열어 할아버지를 불렀습니다.


“할아버지!”

“그래, 어서 말해 보렴.”

“전 할아버지를 도와 드리고 싶어 내려왔는데 제가 도와드릴 일이 뭐가 있을까요?”

“오호! 그래? 정말 기특하구나. 넌 벌써 나를 크게 도와주었단다. 이렇게 따뜻하고 고마운 마음을 선사해 주었으니까 말이다.”


할아버지는 감격한 듯 아가별을 다시 힘껏 껴안았습니다. 한참 후에 다시 아가별이 입을 열었습니다.


“할아버지! 한 가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아암, 괜찮고 말고, 서슴지 말고 뭐든지 말해 보렴.”


“아버지는 이렇게 힘들고 쓸쓸한 세상을 무슨 재미로 고생을 하면서 살아가고 계셔요?“

“으음, 그건 말이지, 먼 훗날의 세상을 보고 싶어서란다.”


“먼 훗날이라니요?”

“그래, 지금보다 훨씬 더 인정이 많고 살기 좋은 세상을 보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이란다.”


“그럼 언제 정말 할아버지가 원하는 그런 세상이 올까요?”

“글쎄다. 그게 문제이긴 하다만, 아직 희망은 있지. 이 지구 위에도 너처럼 착한 마음씨를 가진 어린 어아들이 얼마든지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니까.”


“그럼 그 아이들이 장차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이란 말씀이죠? "

“아암, 그렇고 말고.”


“그럼 할아버진 그때까지 더 오래오래 사셔야 되겠네요?”

“아암, 그러니까 이렇게 추운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으려고 죽을 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게 아니겠니? 난 절대로 좋은 세상을 보기 전에는 눈을 감지 않을 결심이란다.”


이렇게 대답하고 있는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침착하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도 매우 힘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설명을 들은 아기별이 이번에는 다시 엉뚱한 질문을 하였습니다.


“으음, 그렇다면 할아버지의 단 한 가지 소원이 이있으시다면 무엇이셔요?”

“내 소원?


“네.”

“방금 전에 말하지 않았니? 이 세상 모구가 인심 좋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게 내 소원의 전 부란다.”


“…….”


아기별이 이번에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이제야 할아버지의 속마음을 모두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할아버지!,

“그래, 이번엔 또 뭐가 궁금하니?”


“호호호……. 그게 아니고요. 이번엔 세상 이야기 좀 해 주셔요. 아주 재미있는 걸로요.”

“…….”


할아버지가 얼른 대답을 하지 않자 아기별이 다시 재촉을 하였습니다.


“네? 할아버지, 빨리 해주세요."

“그건 안된다.”


할아버지는 갑자기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서 딱 잘라 거절하였습니다. 아기별이 이상하다는 듯 두 눈이 동그랗게 되고 말았습니다.


“왜 안 되는데요? 좀 해 주셔요, 네?”

“글쎄 안 된다니까. 이 세상에는 재미있기는커녕, 너희들이 들어서는 안 될 얘기들만 수북하니까 말이다.“

“…….”


할아버지가 하도 무서운 얼굴로 대답하는 바람에 아기별은 그만 찔끔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묻지 않고 입을 꼭 다물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아기별은 할아버지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애애애앵~~~ 얘애애앵~~~”


그때 마침 새벽의 찬 공기를 흔들면서 통행금지 해제 사이렌이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허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할아버지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아기별을 찾아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까지 할아버지 곁에 있던 아기별은 온 데 간 데 없이 자취를 감추고야 말았습니다.


“내가 꿈을 꾼 것도 아닌데…….”


할아버지는 이렇게 혼잣말로 지껄이면서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봅니다. 새벽하늘엔 여전히 수많은 별들이 할아버지를 내려다보면서 소곤거리고 있었습니다.


“에이구, 오늘은 또 얼마나 무서운 전쟁들을 벌이려나?”


할아버지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사방을 둘러봅니다. 아직 채 밝지도 않은 시장 골목엔 모진 북풍이 점점 더 세게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몹시 싸늘하면서도 살을 도려낼 듯한 새벽의 찬바람이 시장 골목을 사납게 누비고 다닙니다.


그리고 겨울의 새벽 공기보다도 더욱 무섭고 거친 싸늘한 전쟁을 위한 발걸음들이 또다시 하나 둘 시장골목으로 몰려들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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