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가을 저녁의 산책길(2)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혜영아, 도대체 무슨 일이니? 응?“


아내가 먼저 달려가서 혜영이를 덥석 품에 안으며 급히 물었다. 혜영이는 하얗게 질린 안색이 되어 얼른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성길 씨가 다시 물었다.


”혜영아,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니? 얼른 대답 좀 해봐.“


그제야 혜영이는 여전히 겁에 질린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저 앞에서 어떤 벌거벗은 아저씨가 글쎄…….“


혜영이는 여전히 너무 겁에 질려 제대로 입을 열지 못했다.


”뭐어? 벌거벗은 아저씨가? 어떻게 벗었는데?“

”윗도리만 벗고 바지는 입었어. 그런데 저쪽 왼쪽 길에서 나와서 오른쪽 산으로 급히 도망갔어. 한손에는 칼도 들었단 말이야. 이이잉…….“


혜영이는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자 성길 씨도 놀란 얼굴이 되어 다시 물었다.


”너 그거 ①걸써로 본 거 아니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럴 수가 있느냐고?“

”아니야.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단 말이야.“


”그래? 그렇다면 그 자식 혹시 ②모습갈이 아니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어두운데 그러고 다닐 리가 있느냐구?“

이번에는 지금까지 혜영이와 성길 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내도 거들었다.


”혹시 그 사람 누구하고 싸움을 하다가 급히 도망치는 거 아니었을까요?“

”글세, 어쨌든 그거 수상한데! 이거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경찰에 신고해 두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이거 모처럼 거님길(산책길) 나왔다가 ③환경 망치고 말았는걸.“


성길 씨는 곧 휴대폰으로 신고를 하고 말았다.


”자, 오늘은 환경도 좀 꺼림칙하니 여기서 어물어물하고 있다가는 ④말밥에 휘말리기 십상이란 말이야. 그러니 오늘은 일단 얼른 집으로 돌아가자구.“

”네, 그게 좋겠어요. 혜영아, 아빠와 엄마가 이렇게 옆에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내려가자.“


성길 씨 부부는 혜영이의 손을 양쪽에서 하나씩 잡은 채 급히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날씨는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거 차암 ⑤된걱정인걸. 이거 ⑥붉피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걸.“


”앵~~ 애애앵~~~“


어느새 경찰 사이렌이 요란스럽게 울리면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여전히 겁에 질린 채 부디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고 있었다.






※ 참고


① 건성 ② 변태 ③ 분위기 ④ 구설수 ⑤ 무겁고 큰 걱정 ⑥ 필연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