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성길 씨네 아침 식사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일요일 아침이 밝았다.


아침상을 정성껏 차려 놓은 아내가 혜영이 방을 향해 혜영이를 깨우고 있었다.

”혜영아, 어서 일어나서 밥 먹어야지. 아빠도 너하고 같이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응 알았어. 금방 나갈게.“


잠시 후, 몹시 고단했는지 기지개를 켜면서 방에서 나온 혜영이가 식탁 앞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성길 씨가 혜영이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혜영이가 몹시 고단했던 모양이구나. 그래 ①굳잠은 잤니? 너무 고단하면 밥을 먹은 다음에 실컷 더 자렴.“

”응, 알았어. 이제 그만 자도 될 것 같아. 우와, 그런데 언제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잡채를 했지?“


식탁에 먹음직스럽게 차려 놓은 잡채를 보자 혜영이가 아직도 잠에서 덜 깼는지 눈을 비비며 물었다.

”네가 좋아하니까 엄마가 특별히 한 거지. 그러니까 많이 먹으렴. 그런데 너 세수도 하지 않고 밥부터 먹으려고? 어서 세면기에 가서 눈곱이라도 떼고 와서 먹으렴.“


”응, 알았어. 엄마.“


잠시 뒤, 혜영이가 급히 세수를 하고 오자 세 식구가 모두 식탁 앞에 앉아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자, 엄마가 이렇게 혜영이를 위해 정성껏 잡채까지 해놓았으니 많이 먹으렴.“

”응, 알았어. 고마워 엄마.“


식구들은 미리부터 군침을 삼키며 잡채로 먼저 젓가락이 갔다. 그러다가 성길 씨가 아쉬운 듯 아내를 향해 한마디 건넸다.


”어어, 그런데 이 맛있는 잡채에 ②사자고추가 빠졌잖아? 그게 들어가야 더 먹음직스럽던데.“

”미안해요. 다음에는 그걸 넣어서 할 테니 오늘은 그냥 먹어요. 어제 마트에 갔더니 그게 마침 떨어졌더라구요. 왜 맛이 없어요?“


”맛이 없기는 그렇다는 거지. 당신이 만든 솜씨인데 맛이 없을 리가 없나. 하하하…….“


성길 씨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좀 시장했던지 걸탐스럽게 잡채를 먹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히야, 내가 이렇게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대로 먹고 지내다니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야.”


성길 씨의 말에 아내가 다시 물었다.

“이게 잘 먹고 사는 거예요?”


“그렇다니까. 내가 북한에서 살 때는 이런 쌀밥을 먹어본다는 것은 꿈조차 꾸지 못할 일이었다구. 하다못해 ③얼럭밥이라도 실컷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거든. 그리고 그땐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넣어 만든 ④기름밥 한 그릇을 어찌나 먹고 싶었던지. 허헛, 차암.”


“그럼 북한에서는 아직도 그렇게 굶주리며 살아갈까요?”


“아암, 아마 지금도 ⑤거의없을 거야. 북한에서는 공산당원들만 배불리 먹고 일반 ⑥사회사람들은 여전히 그렇게 굶주리며 배고픈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다니까.”


“어떻게 사람들이 그럴 수가 있어요?”

“뭐가?”


“어떻게 일반민들은 배를 골리며 살게 하고 공산당원들만 배불리 먹고 지내고 있느냐 이 말이죠. 그건 사람들이

아닌 거 같아요.”


“그러니까 북한은 그게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얘기지. 으이그, 이제 북한 생각을 하면 지금도 입밥맛까지 떨어질 지경이니 그 얘긴 그만하고 밥이나 먹자구.”

“네, 그래요. 북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때마다 공연히 마음이 답답해지네요“


세 식구는 그제야 아무 말도 없이 다시 식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 참고


① 숙면 ② 피망 ③ 잡곡밥 ④ 볶음밥 ⑤ 틀림업다 ⑥ 만간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