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어머니의 사랑(60)

[최술, 조선 시대 영의정으로 추종됨(1616~1671)]

by 겨울나무

'나무에 가위질을 하는 것은 나무를 몹시 사랑하기 때문이다' 라고 외국의 유명한 철학자는 말했다. 누구나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만한 깊은 뜻이 담긴 명언이 아닐 수 없다.


과수원에서 자라고 있는 과일 나무들이 제멋대로 가지를 뻗어 나갈 때, 그 나무의 고통과 아픔을 걱정하여 가위질을 하지 않는다면 장차 나무의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


바르게 제대로 발육을 못하여 나무의 모양은 물론이고, 열매 역시 제대로 맺지 못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일 것이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귀여워| 한다고 하였듯이 이 세상에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식을 사랑하되, 맹목적인 사랑이 아닌, 때로는 엄한 꾸지람이나 따끔한 사랑의 매를 가하는 것이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 최술의 어머니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조선 시대에 최술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일찍이 과부가 된 홀어머니의 엄격한 가르침을 받으며 학문 연구에 몰두하였다. 오랜 세월을 학문 연구에만 전념해 온 그의 학문은 대단한 경지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런 최술의 소문은 곧 나라 안에 널리 퍼졌으며, 그 소문을 듣게 된 영의정 김좌명은 그의 뛰어난 재능을 인정하여 벼슬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침내 벼슬자리에 앉은 최술은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여 나랏일을 능숙하게 해결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최술의 어머니가 갑자기 김좌명을 찾아왔다.

"나으리,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 이렇게 무례함을 무릅쓰고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김좌명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게 되었다. 들어보나마나 아들의 벼슬자리를 좀 더 높이 올려 달라는 부탁일 것이라 미리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부탁인지 우선 말씀을 해 보십시오.”

“제발 부탁이니 제 아들을 관직에서 당장 물러나게 해 주십시오.”


김좌명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리 짐작했던 대로 관직을 높여 달라는 부탁이 아니라 오히려 해직을 시켜 달라고 이렇게 찾아오다니…….


"허허, 그거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로군요. 지금 아드님의 벼슬을 더 높여 달라고 오신 게 아니라, 오히려 관직을 해직시켜 달라는 부탁을 하러 오셨다 이 말씀이신가요?“


"예, 나으리, 부탁입니다. 부족한 이 어미의 간절한 소원이오니 제발 부탁을 들어주십시오.”


"그렇다면 그럴 만한 무슨 사정이라도 있으신지요?“


"예, 저는 지금까지 아비 없는 제 자식이 훌륭하게 되기만을 바라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모진 가난 속에서도 오직 자식의 학문이 나날이 향상되어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저의 커다란 낙이었습니다.”


"그야 그러셨겠지요.”


"그러던 중에 대감께서 미천한 저의 아들을 기특하게 여기시어 큰 벼슬을 내려 주셨으니 그런 고마움과 영광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나라의 녹을 받아 기름진 쌀밥을 먹게 된 지금보다는 겨로 지은 밥을 먹고 연명하던 지난날들이 오히려 그립기만 합니다.“


"아니, 말씀을 듣고 보니 가난했던 그때가 그립다니 도대체 지금 말씀을 하고 있는 것인지……?”


김좌명이 어리둥절해진 눈으로 되묻게 되었다. 그러자 최술의 어머니는 다시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 아들은 아직 학문이 짧고 경험도 부족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분에 넘치는 높은 벼슬자리에 앉고 보니 못난 녀석이 정말 당연히 그런 인물이나 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번에 제 자식이 어느 부잣집 딸에게 장가를 들었는데, 처가에서 차려 주는 밥상을 받고는 건방지게 반찬 맛이 있느니 없느니 하고 음식 투정을 부렸다고 합니다.

제까짓 게 벼슬을 한 지 고작 얼마나 됐다고 이처럼 교만해서야 장차 어찌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부디 제 자식을 관직에서 물러나게 하여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주심이 옳은 일인 줄로 아옵니다.”

“허허, 말씀을 듣고 보니 그도 그렇군요. 부인처럼 훌륭한 어머님을 둔 댁의 아들은 장차 더욱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김좌명은 부인의 말에 크게 감동하였다. 그러고는 최술을 당장 면직시킨 후, 더욱 깊은 학문과 인격도야에 정진할 수 있도록 뒤에서 열과 성을 다해 돕게 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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