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움과 관용

[이황의 일화. 조선 전기의 대학자(1501~1570)]

by 겨울나무

<논어>에는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다음과 같은 아주 훌륭한 말이 담겨 있다.


“너와 내가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이 세상인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은 항상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기는 너그러움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어쩌다 남이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그 잘못을 너그럽게 이해하고, 남이 잘못을 뉘우치면 곧 관용으로 그 잘못을 용서할 줄 아는 너그러움이 있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생각이 깊고 너그러우면 이웃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호감과 신의를 얻게 된다.”

그러기에 일찍이 논어에서는 생각이 깊고 너그러우면 저절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 누군가가 너그럽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넓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옛말에 사람은 생각이 깊고 마음이 넓어야 큰일을 이룰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공연히 작은 일에 매달리거나 얽매이다가 더 큰 일을 그르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어린 시절에 자랄 때부터 부드럽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다가 결국 큰 인물이 된 위인 중에 조선 시대의 이황(이퇴계) 선생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퇴계 이황 선생의 집 뜰에 있는 배나무에는 해마다 배가 주렁주렁 매달리곤 하였다.


가을이면 이황 선생의 집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자신도 모르게 주렁주렁 매달린 배를 바라보며 군침을 삼키곤 하였다.


커다랗고 누렇게 익은 배는 바라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 배를 따 먹고 싶은 마음에 안달이 난 것은 이웃에 사는 개구쟁이들도 마찬가지었다.


어느 날, 이황 선생의 집이 조용한 틈을 타서 이웃에 사는 개구쟁이 하나가 배나무를 향해 돌 팔매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돌을 던질 때마다 배가 떨어지기는 하였지만 그때마다 안타깝게도 담장 안으로 떨어지곤 하였다.


"어엉? 이것들이 계속 안으로만 떨어지잖아!"


그러나 개구쟁이는 혹시나 밖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쉬지 않고 계속해서 돌을 던지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여봐라! 밖에 아무도 게 없느냐?"

조용하기만 하던 집안에서 갑자기 이황 선생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크! 그만 들키고 말았구나, 이거 큰일 났는걸!“


개구쟁이는 금방 간이 콩알만 해진 채 미처 도망가지도 못하고 담장 밑에 몸을 바짝 붙이고 숨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이황 선생의 부름을 받은 머슴이 급히 사랑채에서 뛰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잔뜩 겁에 질린 개구쟁이는 얼굴빛이 사색이 되어 부둘부들 떨고 있었다. 이번에 잡히기만 하면 크게 야단맞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였다. 그리고 결국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알려지고 심하게 매를 맞을 것도 뻔한 일이었다.

지금 개구쟁이가 숨을 죽이고 숨어 있는 곳은 집안이 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들킬 것 같아 좀처럼 도망을 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숨을 죽이고 집안의 동정만을 유심히 살피고 있을 때 이황 선생이 머슴에게 점잖게 일렀다.


"조금 전에 내가 밖을 내다보니까 배가 많이 떨어졌더구나.”

"아아, 예.”


머슴이 힐끗 앞마당을 바라보니 굵고 먹음직스럽게 익은 배들이 마당이 어지러울 정도로 즐비하게 떨어져 있었다.


"넌 지금부터 그 배를 바구니에 담아서 그 배를 이웃집 아이에게 갖다 주도록 하여라. 아마 그 아이가 배가 몹시 먹고 싶었던 모양이더구나, 허허허…….”


이황 선생의 입에서 나온 말은 참으로 뜻밖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개구쟁이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는 이황 선생의 너그러움에 눈시울이 시큰해지고 말았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이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이건 정말 내가 잘못한 일이었어. 이제부터는 절대로 이런 나쁜 짓을 하지 말아야지!”


이황 선생의 너그러움에 크게 감동한 개구쟁이는 다시는 그런 나쁜 짓을 하지 않게 되었음은 물론이고, 그 뒤부터 이황 선생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이처럼 너그러운 마음은 남의 마음을 쉽게 감동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너그러움은 많은 사람들을 착하고 좋은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만일 그때 이황 선생이 개구쟁이 소년을 잡아서 야단을 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알려서 꾸중을 듣거나 매를 맞게 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일 그렇게 했다면 개구쟁이는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어쩌면 이황 선생을 두고두고 원망하였을지도 모를 일이며, 또한 원망스러운 마음에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너그러움과 관용은 나 자신에게 보람을 느끼게 됨은 물론, 잘못을 저지른 상대방을 좋은 길로 인도하기도 하는 위대한 무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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