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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굴이 Jul 10. 2022

SNS 계정 개설, 현대판 데뷔탕트를 치르다

나만의 연회를 주최하는 즐거움

로맨스판타지 소설을 보다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귀족 가문 여식들화려 드레스를 차려입고 사교계에 입문하는 데뷔탕트.


새로운 SNS 계정을 개설하고 가장 뽐낼 수 있는 사진을 프로필로 설정하여 '소셜 네트킹'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우리의 모습은 마치 현대판 데뷔탕트 같다.

(출처: 넷플릭스, 브리저튼)

고위 귀족들이 화려한 연회로 가문의 위세를 보여주, 우리는 심혈을 기울여 찍은 사진과 매력적인 문구를 곁들인 포스팅으로 '잘 살고 있음'을 입증다.


주최 가문과의 친교를 갈망하참석자들이 연신 연회에 대한 감탄과 주최자의 안목에 찬사를 보내듯,
누군가의 잘 꾸며진 포스팅에는 사진 속의 주인공에 대한 호들 낯간지러운 칭찬 댓글가득 채워진다.


부러워할만한 소식을 연달아 알리며 훌륭한 연회를 개최할수록 가문의 '추종자'가 늘어나고 '영향력'이 세지듯,
자극적이고 희소한 포스팅을 꾸준히 게재하고 소통할수록 '팔로워'가 늘어나며 '인플루언서'로 거듭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 시절 프랑스에서도 데뷔탕트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듯, SNS도 재력, 미모, 노래, 춤 등 타고난 무언가를 갖춘 이들만을 위한 공간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타고남이 부럽지만 그 때마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해야 하는거라며 스스로를 타이른다. 수백수천의 이름 모를 누군가의 응원 없어도 평생 친구 세 명만 있다면 인생 성공한 거라며 어딘가에서 줏어들은 옛말을 되뇌인다.

그렇게 애써 그 화려한 세계와 선을 그으며 살아왔다.



그러던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고, 운 좋게 하나의 글이 삼일 만에 10만 뷰 달성이라는 생각치도 못한 관심을 받게 되었다.


10만 뷰를 달성한 글은 브런치 계정 개설 후 네번째로 쓴 <샤넬백을 갖기 전과 갖고 난 후, 달라진 것>.

이 글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게재되고 십여 분에 한번씩 조회수 갱신 알림이 폭발했던 그날 느꼈던 감정은 기쁨 보다는 걱정이었다.

제목의 샤넬백이라는 단어 때문에 클릭했다가 (구매한 가방을 언박싱하거나 가격 정보를 이야기 하는 등의) 기대한 내용이 아니라 실망하는 사람이 많으면 어쩌지? 혹시라도 기분 나쁜 댓글이 달리면 어떡하지?


걱정이 불안과 초조함으로 변해갈 때쯤 첫 구독자가 생겼고, 첫 댓글이 달렸다. 샤넬백을 보여주고 자랑하는 글이 아닌, 나의 고민과 진심을 담은 글에 공감을 보내주는 댓글과 좋아요를 보며 기분 좋은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연회의 주최자에게 가장 좋은 찬사는 즐거운 연회였다는 칭찬과 다음에도 또 오겠다는 약속이듯, SNS 계정주에게 가장 뿌듯한 칭찬은 역시나 좋아요와 구독이었다.




'작가로서의 나'를 세상에 선보이며 소셜 네트워킹의 세계에 데뷔탕트를 치른 후, 브런치에 게재한 글 하나 하나는 내가 직접 주최한 작은 연회였다.

남의 연회를 구경만 다닐 때는 몰랐는데, 직접 연회의 주최자가 되어보니 SNS를 소비하기만 할 때는 몰랐던 SNS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회의 주최자는 연회의 목적에 맞춰 어울리는 꽃과 장식으로 연회장을 꾸미고 좋은 음식과 술을 내어 초대 손님들의 흥을 돋운다.

찬가지로 첫 구독자가 생긴 후, 구독자들이 어떤 경험을 궁금해할까, 어떤 표현이 좀 더 와닿을까, 어떤 내용에 공감할까를 끊임없이 고민다. 내가 만든 콘텐츠를 보러 온 이들 만족시킬 방법을 생각하다 보면, 무료해 보였던 일상이 다시 보이고 익숙했던 것들이 새삼스러워진다.


화려한 일상을 보내야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찾는 과정에서 평범한 일상에 의미가 생겨다. 나만이 선보일 수 있는 특별한 연회를 준비한다는 즐거움 생활의 활력이 되고 일상을 풍요롭게 만든다. 


연회의 분위기와 매력이 주최자마다 다르듯, 연회의 참석자들도 원하는 것이 제각각이다. 독한 술을 곁들이며 자극적인 쾌락으로 이끄는 연회를 원하는 이들도 있지만, 향기로운 술과 꽃내음이 가득한 공간에서 따뜻함과 힐링을 선사하는 연회를 원하는 이들도 있다.


'어느 연회로 향할 것인가'. 이참석자들의 선택이지만,

'어떤 연회를 선보일 것인가'. 이는 주최자의 선택이다.


그러니 SNS가 잘난 이들의 뽐내기 장소라는 오해와 편견은 이제 그만 내려놓고,  연회의 오롯한 주최자로서 어떤 매력을 뽐내볼지 고민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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