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종영한 지 어느덧 4년째.여전히 건재한 무한도전 공식 팬 계정에는 추억 속 웃음을 유발했던명장면들이테마를 나눠 수시로 게재되고 있다.
여러 게시글 중 단연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없는 것이 없는 무한도전'이라는 주제의 포스팅인데, 최근 이슈거리와 동일한 상황이나 자막이 등장한 무한도전 장면을 찾아내어 공유하는 것이다.
(출처: etomo_official 인스타그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대사(기러기 토마토 스위스)나 넷플릭스 화제작 <수리남>의 대사(밥 잡솼사? 7x8, 8x7)가 그대로 언급된 자막부터전국노래자랑 사회자로희극인 김신영 씨의 캐스팅을 예견한 듯한장면까지, 현 상황에 찰떡인 과거 장면들이 소환될 때마다 사람들은 기분 좋은 추억에 잠긴다.우스갯소리로 무한도전이 미래를 예측한 것 아니냐며 '무도미나티'라는 예능계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가요제나 토토가 열풍부터 봅슬레이, 레슬링 등 스포츠 특집과 무한상사, 무인도 특집 등 유명한 몇몇 에피소드는 당시 방송을 챙겨보지 않은 사람도화젯거리를알 수밖에 없을 정도로 대중성이 있었다.덕분에 당대 간판 예능 '무한도전'은 지금도 그 시절 우리를 잇는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12년의 세월 동안같은 것을 보고 느끼고울고 웃었기에,함께 나눌 공통의이야깃거리는 그 자체로추억이다.
무도 키즈인 우리 남매의 카톡 대화창은 간단명료 그 자체다.
용건만 간단히, 대화는 단답형으로. 가끔은 동생이 '응'이나 '그래' 대신에 이모티콘으로 답을 보내올 때가 있다.추측컨대, 동생 녀석이 기분좋은 날.
동생이 정시보다 이른 퇴근에 흥겨워 보인 어느 날, 이때다 싶어 카톡으로 간단한 부탁 하나를 남겼다. 늘 보내는 'ㅇㅇ' 대신 보내온 이모티콘에는 웬남성이 익살맞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캐릭터도 아닌,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과장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출처: 카카오톡 이모티콘 문상훈 짤 모음)
동생은 자신이 기대한 대로 반응이 나오지 않자 요새 유행하는 건데 그것도 모르냐며 고개를 저었다.
유행이라는 말에 자극받아 찾아보니 이모티콘이 된 이 남성은 구독자 80만 명 이상의 코미디 유튜브 채널에서 인기 캐릭터를 담당하는 인물이었고,동생이 보낸 이모티콘은 그 캐릭터의 주요 밈(Meme) 중 하나였다.
만약 내가 이 채널의 구독자였다면, 동생이 보낸 이모티콘에피식 웃음을 지으며단답보다는 좀 더 긴 대화를 오랜만에 이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과거에는 지상파 주말 예능이 대중성과 화젯거리를 주도했다면, 이제는 <오징어게임>처럼 글로벌 플랫폼이 전 세계 공통의 트렌드를 생산한다. 어쩌면 취향이 다른 가족 구성원보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외국인과 더 대화가 잘 통할지도.
지난 주말에 본 무한도전 에피소드, 배꼽 잡게 웃겼던 개그콘서트 코너 하나로 공감대를 형성했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어느 OTT 플랫폼을 구독하는지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의 종류가 다르고, 어떤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지에 따라 알고 있는 정보의 내용이 다르다.
또한, 유튜브 채널마다 구독자 애칭을 짓는 것은 하나의 콘텐츠가 되었고, 이로 인해서로가 소속감을 느낀다.
어떤 것을 구독하느냐는 곧 '내 취향의 반영'이면서, 동시에 나와 '취향이 다른 이와의 사이에 놓인벽'이된다. 주변인들과의 공감의 고리는 옅어지고, 대신 취향이나 성향이비슷한 사람끼리 느끼는 소속감만 짙어지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변화가 요즘의 갈라치기, 집단 간 분열과 갈등 같은 사회문제에도 은연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