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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elboso Aug 27. 2020

[플랜트 산업 쉽게 접근하기] 플랜트 사고사례 #1

해양플랜트 사고


플랜트 산업은 거친 기계를 다루고, 내 딛고 있는 모든 공간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하지만 사회에 꼭 필요한, 쌩노가다 위험한 산업입니다. 


그래서 다른 산업에 비해 상당히 까다로운 사양과 조건을 맞춰서 설비를 제작하고, 설치하고, 운전하지만 사건/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내만 예를 들어도, 2003년 SK에너지 울산 정유공장 화재사고, 2011년 SK에너지 인천 정유공장 화재사고, 2017년 S-Oil 울산 정유공장 폭발사고, 2017년 현대오일뱅크 서산 정유공장 질식사고, 그리고 올해 3월 서산 롯데케미컬 폭발사고 등 그 외에도 크고 작은 많은 사고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보다 플랜트 산업이 훨씬 일찍 발달하기 시작한 해외에서는 위에 열거했던 국내 사고보다 훨씬 규모가 큰 사고들이 많이 발생했었습니다. 불명예스럽게 역사에 남은 사고 사례들에 의해 안전과 환경 관련 사양, 조건, 규제들이 더욱 엄격해졌지만, 안타깝게도 유사한 사고들이 계속 발생했죠.


그래서 이번에는 플랜트 산업은 물론이고 지구의 환경에도 영향을 준 대형 사고 사례를 해양플랜트, 육상플랜트로 나누어서 조금 상세하게 전달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전달 드리기 위해, 기사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참고 링크는 글의 마지막에 적어 두었습니다)


오늘 전해 드리는 글은 참혹했던 해양플랜트 사고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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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딥워터 호라이즌 (Deepwater Horizo) 호 – 기름 유출


2010년 4월 멕시코만 (Gulf of Mexico, GOM)에서 30여명의 사상자 (11명 사망, 17명 부상)와 490만 배럴의 기름이 유출된, 재앙에 가까운 딥워터 호라이즌 호 폭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16년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질 만큼 석유 산업 역사에서 가장 큰 기름 유출 사고였습니다.
 

2010년 4월 20일 오후 9시 50분 
 BP (세계에서 가장 큰 오일 회사 중 하나)가 보유한 해상의 “Macondo” 유정에서 솟구친 원유에 의해 드릴쉽 (해상에서 원유와 가스 시추 작업을 할 수 있는 선박) ‘딥워터 호라이즌’호의 첫 번째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호라이즌 호는 BP가 Transocean (세계적 규모의 해양 시추 회사)으로부터 임대하여 루이지애나주로부터 40마일 떨어진 미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시추 작업 중이었습니다.


곧 이어,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불길에 의해 두 번째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호라이즌 호에 승선해 있던 126명의 선원들에게는 즉시 대피 명령이 떨어졌고, 구명보트를 타는 것 조차도 버거웠던 일부 선원들은 바다에 그냥 뛰어들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BP는 폭발의 원인과 관련된 내부 조사 결과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습니다.
 “메탄 가스가 유정에서 유출되고, 드릴쉽의 드릴 기둥 (drill column)을 통해 쏘아 올려진 가스가 폭발 전에 겹겹의 밀폐 장치 (seal and barrier)를 헤치고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생존자들은 당시 상황을 “우리가 탈출할 시간을 채 5분도 주지 않은 갑작스러운 폭발이었다”고 전했죠. 폭발 후 플랫폼은 거대한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유정 입구와의 연결을 해제하거나 유정을 폐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유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원유가 불길에 기름을 계속 붓는 꼴이었고, 불길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고 계속 타올랐습니다. 결국, 4월 22일 오전 10시 26분경, ‘딥워터 호라이즌’호는 멕시코 만으로 침몰했고, 유정에서는 엄청난 양의 원유를 해저에 쏟아내며 미국 역사 상 최악의 환경재난으로 기록되었습니다.


126명의 선원 중, 115명이 탈출했고 그 중 17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11명은 USCG (미국해안경비대)에 의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에도 불구하고 수색에 실패하였고 폭발 당시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런 폭발에서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공식 발표 되었습니다. 


BP는 2010년 9월 19일 유정이 봉인되어 더 이상의 원유 유출을 없다고 발표했지만, 2012년 4월에도 320km에 이르는 루이지애나의 해안선에서 기름이 여전히 발견되었을 만큼, 딥워터 호라이즌 호는 지구의 환경에도 엄청난 피해를 입혔습니다. 피해 규모를 요약하자면;



유출 오일량 : 490만 배럴 (780,000m3) – 역사상 최대, 최악의 해양 석유 유출

유출 범위: 1000km ~ 2092 km (멕시코만 주변의 미국 해안선) 
해초부터 고래 상어에 이르는 8332종의 해양 생물 서식지

수집된 해양상물의 사체: 조류 - 8,183 마리, 바다거북 - 1,144 마리, 해양 포유류 - 109 마리 (2010년 11월 기준)

실제로 죽은 해양생물의 수: 상기 숫자의 50배 이상 (출처: Journal Conservation Letters)


2.     파이퍼 알파 – 최악의 인명사고


30년 전 스코틀랜드의 해상에서 167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이퍼 알파 플랫폼 (Piper Alpha Oil Platform)의 폭발사고는 oil & gas 산업이 새로운 시각으로 안전 관련 사안을 바라보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1988 년 7월 6일 수요일 오후 10시.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북동쪽으로 120 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석유 생산 플랫폼 인 Piper Alpha에 탑승 한 226 명의 승무원은 플랫폼 갑판에서 울리는 갑작스런 폭발음을 들었습니다. 폭발이 있은 직후에 불길은 모듈 사이로 빠르게 번졌고, 새까만 연기가 플랫폼의 상부를 덮었습니다. 생존한 선원들의 말에 의하면 최초 폭발 이후 다수의 작은 폭발이 이어졌고, “폭발 후에 귀에 거슬리는 날카로운 소음이 지속적으로 들렸다”고도 했습니다. 


10시 폭발 이후 8분간 총 3번 ‘메이데이’를 외쳤고, 마지막 세 번째 구조 신호에서 화재 때문에 플랫폼을 포기하겠다고 알렸습니다. 긴급 구난 팀이 사고 현장으로 향했지만, 화염과 심한 연기 때문에 대피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오일 필드는 그림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다수의 플랫폼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 ①파이퍼 알파 플랫폼과 타탄 플랫폼 사이의 고압 가스 라인의 파열에 의해 10시 20분, 수백 야드 떨어진 선박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추가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파열된 가스 라인에 의한 폭발이었기 때문에, 대량의 고압 가스에 의한 화재가 긴 시간동안 지속되었고 강한 열이 발생했습니다. 


30분 후, 10시 50분, ②MCP-01을 통해서 Frigg 필드로부터 들어오는 가스를 St. Fergus로 이송하는 가스 라인의 파열에 의해 또 다른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대기 선박에서 출발한 구조 보트가 이 폭발로 파괴되어 폭발 직전에 구조된 6명과 승무원 2명이 즉사했습니다.


11시 20분, 파이퍼 알파 플랫폼의 구조가 심하게 약해져서 탑사이드 (자켓 위 구조물들)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부 크레인과 드릴링 데릭이 무너졌습니다. 플랫폼이 전체적으로 동쪽으로 기울다가 파이프 데크가 서쪽으로 갑자기 붕괴되었습니다. 그리고, 최소 81 명의 승무원의 피난처였던 주요 숙박 시설이 바다로 미끄러지면서 안에 있던 모든 승무원이 사망했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다음 날, 1988 년 7 월 7 일 이른 아침, 재킷의 상당 부분과 함께 탑사이드의 약 3/4이 파괴되어 뒤얽힌 덩어리로 해저 140미터 아래에 가라 앉았습니다. 그 후로 화재가 진압되는 데 3 주가 걸렸고, 파이퍼 알파의 나머지 모든 잔해는 이듬해인 1989 년 3 월에 바다에 수장되었습니다.


파이퍼 알파에 탑승한 226명의 승무원 중, 61명만이 살아남았고, 플랫폼 직원과 구조자를 포함한 총 167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 원인은;


부적절한 유지 보수

공식 조사에 따르면 초기 폭발은 펌프와 펌프의 안전 밸브(PSV)의 유지 보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프로판을 포함하는 탄화수소가 누출되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 부재

파이퍼 알파 플랫폼과 같은 오일 필드에 위치했던 Claymore 플랫폼과 Tartan 플랫폼은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메이데이를 들었지만, 곧 통제 가능한 상황이 될 거라고 추측했다” 

그래서, Claymore와 Tartan 플랫폼이 더 이상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유 화재의 크기, 지속 시간 및 발생된 열과 연기가 악화되었습니다. (코로나를 대하는 섬나라 원숭이의 멍청한 행동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섬나라 종특일까요?)

열악한 안전 절차

안전 사고에 대한 적절한 대응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에 (혹은 있어도 교육이 안되었거나) 폭발 후 최소 84 명의 승무원이 숙박 시설에서 관리자의 지시만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관리자 또한 승무원들에게 지시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사고에 대응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첫 번째 폭발에 의해, 방송 시스템이 파괴되었는데, 승무원에게 대피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플랜B가 없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해양 사고들이 있었지만,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해양플랜트 사고를 전달 드렸습니다. 시간이 있다면 국내에서 2017년에 개봉한 ‘딥워터 호라이즌’을 보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네이버 시리즈 온에서 1,200원에 소장각은 아니지만 소장하실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육상플랜트에서 일어났던 사고를 정리하여 전달 드리겠습니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시다가 사고를 당한 많은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참고 링크

https://safety4sea.com/

https://www.birminghammail.co.uk/news/uk-news/gallery/piper-alpha-25-years-on-4888948

https://www.dailymail.co.uk/news/article-2121457/North-Sea-gas-leak-threatens-repeat-Piper-Alpha-oil-rig-disaster-Aberdeen.html

https://home.bt.com/news/uk-news/service-to-mark-30-years-since-piper-alpha-disaster-11364282104662

https://www.thechemicalengineer.com/features/piper-alpha-the-disaster-in-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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