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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볼을 찼다

#40.중년싱글생존일지

by 대신돌이

오십 평생 동안 단 한번도 목숨 걸고 덤벼본 적 없었다.

이것 아니면 안된다고 이 악물고 버텨본 적도 없었다.

덤벼야 된다고, 버텨야 된다는걸 몰랐다.

알았어도 배운 적이 없었다.

내 의지는 항상 끊어지기 쉬운 낚시줄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언제 끊어질지 모르나 낚시줄을 던지는 '행위'는 했으니까.

하나만 걸려라, 한번만 걸려라 주문을 외웠지만 낚시줄은 끊어졌고

나는 간절히 바랬건만...

내 나름 열심히 살고 있구나, 혼자서 뿌듯했다.


공을 주웠다.

똥볼인줄 모르고

반짝반짝 빛나길래

얼씨구나하고 뻥! 찼다.

사방팔방으로 오물이 튀었다.

나름, 만져도 보고 눌러도 봤지만

미처 냄새는 맡지 못했다.

눈물인지 똥물인지 모를 것이 얼굴에 흘렀다.


닦아야 하는데 손이 없다.

조금만 도와주면 내 손으로 닦을 수 있는데

없다.

휴지도 더러운 걸레조차도.


난 자라지 못했다.

나를 지키는데 실패했다.

그 댓가는 주변사람을 힘들게 한다.

이 죄책감을 어쩌나

자기 자신도 지키지 못하는 나.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


내 똥물 닦아줄

거기!

누구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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