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이혼은 없겠어.

작정하고 다른듯한 데칼코마니 같은 우리.

by 대수니

결혼 일주일 후 시작된 신혼 방학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일상의 패턴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출근을 해야 하는 시간도 사라지고

요일의 구분도 희미 해 졌다.

일상으로부터의 해방은 모든 걸 지웠다.



[여행에서 우리의 모습]

#하루의 패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걸 좋아한다.

일출 보는 것을 좋아하고 아침을 꼭 먹어야 한다.

그리고 뜨거운 해가 뜨기 전에 밖으로 나간다.

남편 10시나 11시에 주로 일어나며,

2시간이 지나야 입맛이 돈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한낮에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 스타일

근교 성애자다. 주변 도시에 관심이 많아서 어떨 때는

정작 머무는 도시를 못 볼 때가 있다.

유명한 랜드마크는 안 봐도 괜찮다.

한번 나가면 피곤에 지칠 때까지 체력을 다 써야 된다.

남편 핵심을 좋아한다. 랜드마크가 있는 곳에 머물며

천천히 보는 것을 좋아한다. 하루에 한 곳만 다녀오면서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음식

메뉴 고자다. 내가 고르는 건 거의 맛이 없다.

새로운 메뉴나 맛을 느끼는 걸 좋아해서 괜찮다.

다만 해외에서 한식은 생각나지도 않고 먹고 싶지도 않다.

남편 안전한 조합으로 선택해서 거의 맛있다.

(주로 내가 뺏어먹는다)

해외에서는 신라면을 좋아하고 한식을 꼭 먹어줘야 한다.

그리고 햄버거를 사랑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데칼코마니 같을까?


이렇게 완벽하게 어긋나는 것이 가능하려면

서로를 완벽하게 안다는 전제만이 가능해 보였다.

실상은 서로를 전혀 몰랐지만.


4년을 만나면서 이렇게 우리가 달랐던가?

나에게 남편은 얼굴만 똑같았다.

이는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신혼이면 매일 꿀이 뚝뚝 떨어지는 건지 알았는데

우리는 부싯돌 같았다.

큰 언쟁은 없었지만 시시각각 작은 불꽃들이

점점 쌓이고 있었다.

돈을 포기하고 거창히 온 여행에 대한 회의감은

스트레스를 더하였다.


지난날의 우리를 수없이 되감아 보았다.

혹시나싶어 미리하고 온 혼인신고가 아른거렸다.



[여행 전 우리의 모습]

#하루의 패턴

나는 9 to 6, 남편은 9 to 7 (or 11)

데이트는 주 1~2회이며,

만나는 시간은 합쳐서 12시간 정도였다.


#여행 스타일

남들이 다 가는 시기로 정해진 여름휴가가

일 년 중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시간이 짧기 때문에 서로 좋게 좋게 보냈다.


#음식

다년간의 먹부림을 통해 좋아하는 식당과 메뉴들이 있다.

어느 정도의 방문 주기들이 정해져 있다.




여행을 오기 전에는 우리만의 작은 세상 안에 합의된 규칙들이 있었다.

고된 하루의 끝에 주어지는 짧은 저녁은

분명 꿀 떨어지게 지냈을 것이다.

여행의 자유는 모든 것을 바꾸어버렸다.

여행을 오면서 정갈하게 다듬어진 일상과 함께

우리의 모습도 두고 온 것이다.

카멜레온처럼 마음껏 각자 원하는 바에

충실한 하루들을 보냈고, 이는 함께 만들었던 규칙들을 리셋시켰다.

질서가 없어진 관계는 혼란이었다.

서로의 박자를 맞춰가며 조금씩 우리만의 리듬을 만들어나갔다.

무수한 싸움과 함께.

(평생치의 싸움을 다 소진했다 확신한다)


우리에게 황혼 이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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