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벚꽃 나무를 보며
겨울이 오고 있다. 내일부터 기온이 확 떨어진다고 뉴스에서 말하는 걸 보니 이미 겨울이 왔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우리 집 베란다에서 바로 보이는 큰 벚꽃나무를 보고 계절을 체감한다. 불과 며칠 전까지 잎이 붉게 물든 낙엽이 되어 참 예뻤는데, 오늘 청소를 하다 우연히 밖을 보니 잎이 우수수 다 떨어져 있었다. 단풍을 제대로 구경하기도 전에 다 떨어져 버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버렸다. 집 공기도 선선한 게 겨울이 왔구나!
나는 딱히 좋아하는 계절은 없다. 그나마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을이 가장 좋은데 이건 누구나 그러할 것이고. 그런데 내가 봄을 기다리는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앞에서 말한 우리 집 앞 벚꽃나무 때문이다. 우리 집은 2층이어서 뷰는 좋지 않은데 앞에 큰 벚꽃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사 오기 전 집을 볼 때 전 집주인 분께서 '봄이 와야 이 집의 진가를 알 수 있을 거예요.'라고 얘기하셨는데 (집을 볼 때는 겨울이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계절이 지나고 그 말을 이해하게 됐다.
봄이 되면 베란다 앞으로 벚꽃이 활짝 핀다. 아주 감동스러운 뷰다. 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베란다로 향하곤 했다. 작년에는 벚꽃이 완전 만개했는데, 올해에는 작년보다 좀 덜 피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예뻤다. 봄에 햇볕이 좋을 때면 베란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 벚꽃들을 구경했다. 벚꽃이 필 때도, 바람에 흩날려 떨어질 때의 장면도 모두 감동스럽다.
그리고 여름, 가을이 되면 초록 초록한 잎으로 뒤덮인다. 봄과는 또 다른 푸릇한 뷰가 완성되는데, 이 나무 하나로 집의 분위기가 바뀌니 참으로 우리에겐 고마운 나무다.
이제 겨울이 왔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다른 계절보다는 볼품없지만, 이것도 몇 번 경험하니 나름 매력이 있다. 휑~한 매력이라고 해야 되나. 아! 잊고 있었는데 겨울에 눈이 오면 이것 또한 참 예쁘다. 이제 눈 오는 날을 기대하고 있어야겠구나.
이제 앙상한 가지에는 겨울이 지나면 꽃이 필 일만 남았다. 내년 봄을 기다리는 이유이다. 그리고 내년 봄에 벚꽃이 펼 시기엔 나는 또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내가 목표한 바를 이루고 있을지 궁금하다.
겨울이 왔고, 다시 봄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