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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을 Oct 15. 2021

태블릿과 드로잉북을 사준 이유

오늘도 꿈에다 투자합니다

어떤 오빠가 좋은 오빠일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뭐든 잘 챙겨주는 오빠가 좋은 오빠일까? 공부 많이 시키는 오빠? 보디가드처럼 남들로부터 지켜주는 오빠? 지금으로선 동생 꿈에 투자하는 오빠가 좋은 오빠 같다. 


동생은 웹툰 보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카카오페이지에 들어가 웹툰을 본다. 날마다 정해진 캐시를 받을 수 있다며, 듣기엔 몇 캐시 안 되는 것을 받기 위해 알람까지 맞춰둔다. 웹툰에 빠진 지 어언 5년은 된 듯하다. 무엇이든 시간을 투자할수록 마음에 드는 법.  이젠 웹툰 작가를 꿈꾸고 있다. 학교 선생님 말씀으로는 그림도 잘 그려서, 꿈과 적성이 맞다고 한다. 요즘 웹툰 작가 되는 게 힘들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라면 충분히 투자할 수 있겠다 싶었다. 


(1) 하루는 동생이 태블릿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그 ‘태블릿’이 아이패드나, 갤럭시탭 같은 태블릿인 줄 알았다. 동생이 말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그림을 그리는 데에 사용하는 태블릿이 따로 있다 했다. 널찍한 판이었는데, 컴퓨터나 TV에 연결해서 전자펜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기였다. 그림 그리는 데에 필요하다니 얼른 시켜주었다.  


(2) 동생과 문방구에 갔을 때, 구경하다가 예쁜 드로잉북을 보았다. 동생은 그 드로잉북이 너무 이쁘다며, 사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근데 가격이 좀 비싸 보였나 보다. 학생으로선 5000원이 그리 적은 돈이 아니었으리라. 그렇게 몇 분을 고민하더니, 굳이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림을 열심히 그릴 자신이 없고 집에 노트도 많아서. 


나는 그 드로잉북을 사줬다. 그림 그리기 좋아 보였다. 동생에게 하루에 한 장씩만 그려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드로잉북이 300페이지는 되니까. 매일 그리면, 1년이면 충분히 그리고도 남을 거라고. 꾸준히만 그리면 분명 너의 보물이 될 거라고. 훗날, 이 그림들이 너의 영감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고. 나는 5000원이지만, 이렇게 동생 꿈에다 투자했다.  


태블릿이나 드로잉북이나, 나는 동생 꿈에다 투자하는 게 좋다. 나무를 심는 사람이, 나무의 오늘이 아니라 내일에 기대는 것처럼, 나는 동생의 오늘이 아니라 자라날 꿈을 기다리는 게 좋다. 그런 데에 들이는 돈은 아깝지 않다. 혹여 이 돈이 버려지거나 낭비하는 것처럼 보여도, 나는 한 인간의 내일에 투자한 것이니 손해 본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무슨 꿈이든 불모지에서는 싹을 틔우기란 어려운 법이다. 나는 태블릿과 드로잉북이라는 영양분을 공급해주고 싶었다. 

  

동생이 웹툰 작가를 어려운 일이라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조금씩 조금씩 나아갔으면 좋겠다.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원하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 테니까. 어떤 분이 말했다. 꿈이란 매일 조금씩 걸어 나가는 거라고. 나도 그리 생각한다. 꿈을 향해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걸어 나가다 보면 기회가 있을 테니까. 지금은 실력이 없어 박수갈채받진 못하더라도, 애쓴 시간이 모이고 모여 많은 사람의 감동을 자아낼 수 있을 테니까. 


“매일 한 장씩만 그려볼래?”


나는 동생에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매일 그림을 한 장씩만 그려보라 권했다. 동생은 내 마음을 알았으려나? 오빤 네 꿈을 응원하고 있다는 거.  


태블릿과 드로잉북. 나의 투자가 그 꿈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꿈을 펼치기를 바란다. 하루하루 자라나기를 바란다. 지금은 여린 싹일지라도, 그것이 자라고 자라서 나무가 되고 숲이 되어 인생을 지탱할 보배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나는 그 숲에서 노닐 것이니.  


나는 동생에게 무슨 일을 하거라, 권하진 못하겠다. 꿈을 강요하고 싶진 않다. 동생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니 나는 묵묵히,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어떤 일이 적성에 맞을지 함께 고민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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