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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라서, 아침형 인간이 됐습니다.

by 최다을

<오빠라서, 아침형 인간이 됐습니다>


학교에 다녀보셨을 테니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학교 다닐 때 아침에 일어나는 게 행복했나요? 일단 들리네요. “아니요.” 또 들립니다. “누가 좋아하겠어요?” 대부분이 힘드셨으리라 봅니다. 저는요. 학교 다닐 때를 생각하면 당장 기억 제거술을 받고 싶습니다. 학교 가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 기억이 너무나 강렬해서 생각만 하면 지금도 기분이 그리 좋지가 않아요. 당시 저는 도망가고 싶었죠. 학교는 제게 감옥이었고, 저는 <쇼생크 탈출>에서 탈출구를 찾는 주인공 같았으니까요. 아침마다 일어나는 일은, 몸이 조금 아픈 저로서는 타의 비교를 불허할 만큼 곤욕이었어요. 당시 저만큼 잠이 많은 사람은 없다고 장담할 정도로요.


그런 제가요. 지금은 아침마다 한 학생을 깨워주고 있습니다. 그 학생, 네. 동생은 모를 것입니다. 이 오빠가 학창 시절에는 얼마나 늦게 일어났는지. 도무지 말을 안 들어 부모님의 ‘한 숨’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여하튼 저는 지금 아침에 동생을 깨우곤 합니다. 동생은 학생이니까요. 동생이 학교에 가는 날이면 제가 먼저 일어나 동생을 깨우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된 지 오래죠. 동생의 기상 시간은 항상 정해져 있어요. 7시 30분. 저는 그보다 조금 일찍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요. 일어나서는 방문 앞에 가서 ‘똑똑’해야 됩니다. “일어나! 핵교 가야지!”하면 동생의 반응은 매번 비슷합니다. “5분만 더!”라고 하고 더 누울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또 깨우죠. “얼른 일어나!” 학교에 늦으면 안 되니까요. 그럼 동생은 마지못해 일어난다는 투로 터벅터벅 걸어 나옵니다. 가끔은 “알겠소!”하고는 일 이분도 채 안 되어 나올 때도 있고요.


저는 평일에는 특별히 늦게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9시까지 나가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7시 30분 전에 일어날 만큼 촉박하지는 않죠. 그러다 보니 어떤 분들은 너무 힘들지 않냐고 물을지 모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얼마나 힘든데. 젊을 때는 잠이 많은데, 허구한 날 그렇게 일찍 일어나면 속이 상하지 않냐고 궁금해합니다. 무엇하러 그렇게 고생하는지 모르겠다고 할지도 모르고요. 저는 결코 그러지 않다고 봅니다. 하루는 제가 아침에 너무 늦게 일어났지 뭡니까. 동생을 깨워줄 사람도 없었고요. 네. 문제였죠. 학교에 가야 될 동생은 늦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학교 등교 시간이 5분 정도 지났을 때까지 말이죠. 이 날은 제 기억으로 저도 늦게 나가는 날이었고, 그러다 보니 이 학생은 막 울면서, 저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곤 했습니다.

“오빠, 때문에 늦게 일어났잖아!”

“왜 이렇게 늦게 깨웠어?”

“오빠 때문에 생기부에 지각했다고 쓰인단 말이야!”


동생은 모르겠지만, 저는 그때 동생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진심으로요. 저도 학교 다닐 때 그런 기억이 있어서인지 공감이 잘 됐던 것 같기도 하고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등교 시간이 가까울 때, 누가 봐도 지금 나가도 지각이라는 것이 명백할 때 학생의 마음은 얼마나 다급한지. 독자 분들도 생각해보시어요. 직장에 나가는 데 늦었다고 해봐요. 안 그래도 오늘 발표가 있는데. 안 그래도 오늘 직원회의가 있는데. 늦었다니. 지각이라니. 지금 버스를 타고 가도 20분이 늦고, 얼른 택시를 잡아 탄다고 해도 5분은 늦는데. 이를 어쩌지. 어떻게 하지. 여성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래서 화장도 못 하고 출근을 하게 된다고 하지 않나요. 늦게 일어나면 머리는 물론 못 감고 옷은 보이는 것을 걸치고, 마음만 일단 회사 내 자리에 두고.


여담이지만, 어쩌면 이게 버스하고 지하철에서 여성분들이 그렇게 화장을 잘할 수 있게 된 까닭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직장에 늦어서 그런다,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감히, 제가 어찌 당신의 일상을 짐작하겠습니까. 다만, 흔들리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그 정도로 화장 실수가 없다는 건 그만큼 많이 해 봤다는 방증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 버스에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도 화장을 그리 자연스레 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겠습니까. 저였다면 지우고 지우다 그냥 민낯의 왕도를 그렸을 테죠.


아, 여하튼 저는 그날, 제가 늦잠을 잔 그날을 이후로 저는 ‘각성’을 했습니다. 꼭 일찍 일어나야 된다고요. 알람은 기본적으로 세 개를 맞추고요.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만으로는 족하지 않습니다. 일어나 움직여야죠. 학교에 가는 동생 마음 곤하지 않게요. 다들 그러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학교에 갈 때 저만 분주히 움직여 나가면 뭔가 불편했습니다. 그럴 때면 괜히 학교에 가기 싫었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되도록 동생이 등교할 때 학교를 잘 다녀오라고 마중을 나가려 합니다. 기분이 나쁘지 않게요. 학교에 조금이라도 더 기분 좋게 다녀오라고요. 그리고 신발주머니를 챙기라는 말도 잊지 않고요. 혹시나 신발주머니를 잊고 나가서 학교에서 다른 친구에게 실내화를 빌리거나 아니면 맨발로 종일 돌아다니는 일을 생각하면 꼭 이런 말을 해줘야 되죠. 비가 오는 날에는 꼭 우산을 들고나가라고 해야 되고요. 동생은 비를 정말 싫어하거든요. 산성비가 탈모를 촉진시킨다고요. 그래서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하거나, 아침 구름이 시무룩하게 끼어있으면 저는 꼭 우산을 챙기라는 말을 잊지 않고 해요. 코로나로 시끄러운 요즘은, 마스크를 꼭 들고 가라고 하고요. 이건 말 안 해도 당연하잖아요.


물론 언제나 제가 일찍 일어나는 건 아니에요. 그러기에는 몸과 마음이 말을 듣지 않을 때도 있으니까요. 제가 좀 우울하거나, 저녁에 잠을 제대로 못 잔 채로 일어나면 더 잠을 잘 필요가 있곤 하죠. 그럴 때는 가끔이라, 제외하려 했지만 전 솔직하고 싶어서 여기에 다 적었어요.


생각해보면 그래도 저는 다행입니다. 동생이 착해서요. 아침에 일어나기 싫다고 막 누워있는 학생이 얼마나 많습니까. 대표적으로 제가 그랬고요. 그러면 상대는 정말 힘이 들잖아요. 깨우는 것도 지치고. 그러다 보면 아침에 진이 빠져 오후 내 힘들 수도 있고요. 그러니 깨우면 곧장 일어나는 학생은 매우 착한 학생이라 볼 수 있지 않겠어요?. 제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이렇게 동생을 깨운 게 5년 정도 됐는데요. 지금까지 제가 ‘알라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동생이 제 응답에 잘 반응해서 그런 것이었죠.


그런데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다른 면에서도 좋은 일이에요. 동생 덕분에 기분이 좋을 수 있어서요. 아침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게 됐으니까요. 하루에 골든타임이 있다면 언제겠어요. 아침이죠. 저는 단언컨대 아침이 하루에 가장 중요한 시간이라고 봅니다. 머리가 가장 맑은 때이고 하루에 일정 부분 주어진 의지가 가장 많이 남아있을 때니까요. 제가 노력치 않아도 이렇게 일어나게 되는 것이죠. 내적 동기를 활용할 수 있는 거예요. 저는 그렇게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요즘 청년들 어떤가요. 새벽 2시, 3시까지 잠을 안 자는 게 빈번하지 않던가요. 저는 지난 5년 간 손에 꼽을 정도로 그런 날이 적습니다. 항상 일찍 잤죠. 보통은 11시에 취침을 해야 아침 7시 정도에 일어나니까요. 그래야 학교 가는 동생 깨우고요. 이러다 보니 제 생활 패턴도 일정해졌습니다.


오빠라서 이런 점도 좋은 게 아닐까요. 아침형 인간으로 바뀔 수 있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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